김종필 총리가 또다시 청와대와 국민회의측에 정치적 부담을 주는 발언을
했다.

지난달 말 한.일 각료회의에서 아시아통화기금(AMF)창설을 제의해 논란을
일으켰던 김 총리는 4일 국가정책기획위원회의 최장집 위원장을 겨냥, "최
교수의 6.25에 관한 생각은 옳지 않다"고 거듭 지적했다.

김 총리는 이날 한국발전연구원 주최 조찬강연회에서 최 교수 논문과 관련한
논란이 조기 매듭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이같은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김 총리는 "온 세계가 6.25 남침의 반민족성을 규정하고 있는데도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주장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데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최 교수를 겨냥했다.

김 총리는 "민주화 틈새를 비집고 들어서는 이런 현상들을 민주주의의
포용성이라는 이름아래 다 받아들일 수는 없다"면서 "그러나 최 교수의
생각을 정확히는 알지 못하며 시간을 두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또 "한국은 앞으로 유럽이나 일본처럼 양당 구조보다는 몇 개의
정당체제로 정착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총리실측은 김 총리의 이날 발언에 대해 "평소 하고 싶은 말을 아끼지 않는
총리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 것일 뿐"이라며 그 의미를 확대 해석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김 총리가 AMF 파장에 이어 이날 대통령 자문기구의
위원장인 최 교수를 비판한 것은 분명히 정치적 의도가 담겨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자신의 "색깔"을 드러냄으로써 실세 총리로서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느끼고 있는 제2건국위원회 문제에
대해서도 자민련이 공개적으로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부분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총리는 그동안 국민회의와의 공조를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같은 자신의 입장이 바뀌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말들을 최근
들어 잇따라 하는 것은 자신이 공동정권의 한 축이라는 사실을 새삼 알리기
위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궁극적으론 공동정권 출범의 연결고리가 된 내각제 개헌을 추진하기 위한
수순을 밟으려는 계산된 발언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김 총리가 이날 강연회에서 "공동정부가 내각책임제 구현을 통해 민주적
기본질서를 충실히 구축해 나갈 것"이라며 내각제 실현 문제를 재차 거론한
것도 이러한 메시지를 알리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 이성구 기자 s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