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소속의 김진재 예결위 위원장이 고민에 빠졌다.

야당 소속으로는 사상 처음 예결위원장을 맡은 만큼 그에 대한 기대도 컸다.

실제 예결위를 운영하면서 민간 전문가들을 초청,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제2건국운동 및 안기부 예산 등으로 어느때보다 정치공방이 많았던 정책질의
와 부별심의 과정에서도 중립적 입장에서 원만하게 회의를 운영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계수조정소위 위원장으로서 회의를 운영하면서부터 난관에 직면했다.

어렵게 쟁점 현안들을 하나 하나 타결했지만 갑작스레 "이면합의설"이
불거지는 등 정치적 쟁점으로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여당에서는 표결처리를 강행하겠다는 강경한 입장도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2주일여동안 잠도 제대로 못자면서 예산안을 심의했는데
이제와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예산안을 처리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당이 표결처리를 강행할 경우 김 위원장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

현행 국회법 50조는 사회자가 사회를 거부.기피할 경우 소속의원수가 많은
교섭단체의 간사가 사회를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사회를 거부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를 계속 보기도
어렵다.

김 위원장은 4일 집에서 나오는 길에 다리를 다쳐 지팡이를 짚고 회의장에
나왔다.

그는 "몸이 불편하더라도 국가예산을 다뤄야 한다"는 격려의 말도 들었지만
한 여당의원으로부터 "몸이 불편하니 사회를 딴 사람에게 넘겨야겠다"는
뼈있는 농담도 들어야했다.

< 김남국 기자 n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