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기업을 어떻게 선정할 것인가.

금융당국 주채권은행 그룹 등 3자간의 시각차로 선정작업이 진통을 겪고
있다.

5대그룹과 주채권은행은 지난 3일 8개사를 선정해 보고했으나
금융감독위원회와 은행감독원이 절반이상에 대해 "퇴짜" 판정을 내려 반려
했다는 후문이다.

<> 왜 "재선정" 판정을 받았나 =주채권은행과 그룹측이 요건을 갖추지 못한
"자격미달업체"를 후보로 제시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금감위가 제시한 5대그룹 워크아웃 대상기업은 <>대표적인 주력기업으로
<>사업성은 충분하나 <>국제적 기준으로 볼 때 빚이 너무 많아야 한다.

또 외자유치를 통해 2백% 이내로 낮출 수 있는 기업, 다시 말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는 기업이어야 한다는 조건도 붙어 있다.

당국은 외국인투자자들이 투자수익률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려면 무엇보다 "수익성"이 좋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기업이 선정돼야 대출금을 출자로 전환(Debt Equity Swap)하더라도
은행이 손실을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은행이 제출한 기업중 태반이 바로 이런 요건들중 1~2개를
갖추지 못한 곳이라는 입장이다.

은감원 관계자는 "예컨대 현대석유화학 삼성항공 삼성중공업 등 빅딜
(사업교환) 대상업체는 처음부터 출자전환대상에서 배제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다른 관계자는 "1차시험에 떨어진 기업이 2차시험을 보겠다고 것과 같다"
며 "당국의 의지를 떠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빅딜을 통해 특정사업부문을 떼내 "빅딜 모기업"이 지나치게 많은
빚을 짊어질 경우 출자전환이 가능하다는 내부의견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 졸속 우려하는 은행과 기업 =은행들은 시한을 주고 의무적으로 몇개씩
대상기업을 선정하라는 것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표정이다.

삼성 SK 등의 주채권은행 관계자는 "요건을 갖춘 기업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특히 사업성을 하루아침에 평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
이다.

일각에선 금감위가 모든 자료를 확보한만큼 직접 대상기업을 선정해 주는게
좋겠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기업들은 당국이 정재계간담회를 앞두고 "실적"에 급급한 나머지 원칙
기준 절차를 제시하지 않고 "일단 목숨부터 맡기라"고 윽박지르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불신감이 큰 것이다.

<> 어떤 기업이 새로 선정될까 =빅딜업체와 사실상의 지주회사는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비주력기업이나 사양업종의 기업도 배제될 듯하다.

매출이 해마다 늘고 수익성도 좋아지고 있어 금융비용부담만 줄면 잘 될
기업이 제격이랄 수 있다.

은행은 모든 계열사를 대상으로 7~8개의 후보를 추려낸 뒤 다시 경중을
가리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정작업은 정재계 간담회를 전후로 기준이나 절차가 제시되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