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해오고 있고 더 열심히 하겠다는 기업들의 뜻을 전달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지난 4일 저녁 호텔롯데.

5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 회의를 마친 손병두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정.재계
간담회의 성격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기대섞인 답변을 했다.

그러나 그의 기대는 "기대"에만 그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위원회 등 경제부처의 반응을 보면 그렇다.

경제부처는 정.재계간담회를 "토론회"로 만들 생각을 전혀 갖고 있지
않는듯 하다.

"이러저리 말을 돌리는 재벌들이 다시는 다른 소리를 못하게 만들겠다"는
말이 간담회 몇일전부터 새나오고 있다.

간담회에 참석하는 각 그룹들의 반응은 그래선지 상당히 냉소적이었다.

"정부가 시키는 대로 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정부주도의 기업구조조정이 가져올 부작용을 지적하는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많은 편이었다.

<> 대량 해고 불가피 =하필 정기인사철을 앞두고 5대그룹 구조조정이
급피치를 올리면서 재계엔 대대적인 인력 감축의 회오리가 불고 있다.

특히 5대그룹이 정부와의 약속에 따라 구조조정을 이달부터 본격화하면
<>빅딜(대규모 사업교환) <>사업부문별 통합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
기업 선정 <>계열사 통합 혹은 축소 등 과정에서 감원 태풍은 불가피하다.

고용불안으로 직원들이 동요하는 등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5대그룹의 경우는 기능직까지도 해당 분야 최고급 인력이기 때문에 실업
대책으론 해결할 수 없다.

삼성과 대우의 빅딜이 성사될 경우 삼성자동차의 현 인력 6천2백명,
대우전자의 인력 9천6백명중에서 생산 등 일부 부서를 제외하고 영업 관리
등 중복되는 직종의 경우 고용안정을 보장 받기 어렵다.

또 조만간 7개업종 빅딜과 5대그룹 퇴출기업 추가 선정 등이 구체화되면
5대그룹에서 최대 수만명이 직장을 떠나야할 형편이다.

정부가 이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 각 그룹 인사담당자들의 지적이다.

<> 사업계획을 못짠다 =매년 12월초면 최종 확정됐던 내년사업계획이
올해는 내년초에는 가야 윤곽이나마 잡을 수 있게 됐다.

계열사가 절반 이상 없어지는 판에 사업계획을 짤 수가 없는 것이다.

이미 어느 정도 방향은 잡았어도 구조조정의 큰 그림이 결정될 경우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각 그룹은 공통적으로 계열사축소를 포함한 구조조정안 발표 문제 때문에
사업계획수립에 애를 먹고 있다.

특히 삼성자동차를 매개로 한 삼성 대우의 빅딜협상과 현대 LG의 반도체
통합작업 등이 아직 매듭지어지지 않아 관련 그룹들은 사업계획 확정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99년 사업실적을 토대로 2000년부터 결합재무제표 작성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내년 사업계획을 그룹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짜야 하지만 현재로선
모의로도 짤 방법이 없다.

계획을 못 세웠으니 실행은 더 더뎌질 수 밖에 없다.

<> 무엇을 위한 구조조정인가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계열사수를
줄이는 축소재편만이 구조조정의 전부라고 생각하는데 정부 구조조정정책의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가 2년 연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주체인 기업들까지 줄여
버리면 경기가 좋아질 시점에선 물건 만들 공장이 없어 팔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축소지향의 구조조정이 성장잠재력을 갉아먹을 것이란 설명이다.

전경련 유한수 전무는 "경기가 바닥을 쳤다지만 V자 U자 등 형태로 상승
할지 아니면 L자 형태로 주저앉을지 모르는 민간한 시점"이라며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꺾는 구조조정이 돼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 무역업체 관계자는 "종합상사 관계자들은 내년에는 수출하면 할수록
부채비율이 늘어나기 때문에 수출을 줄일 것이란 농담을 한다"며 "수치에
얽매인 경직된 정책이 경제회생을 가로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 강현철 기자 hckang@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