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6년 12월12일 주식시장엔 주가지수선물에 투자한 외국인들이 현물
주식을 대량 매도함으로써 주가가 장끝무렵 갑자기 10포인트이상 떨어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투자자들은 당황했고 시장에 정통하다는 분석가들이 나서 원인파악에
부산했지만 누구도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같은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미리 예견했던 사람이 있었다.

삼성증권 파생상품영업팀 이정관(37) 과장이 주인공이다.

그는 선물 12월물이 결제되는 이날 오전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장끝무렵 주가폭락이 예상된다고 했다.

그의 말을 믿고 미리 현물을 매도한 기관투자가들은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

주가선물과 현물을 연계한 프로그램매매 등 이른바 파생금융상품의 존재가
세상에 널리 알려진게 이때부터였고 이 과장의 존재도 세상에 "뜨기" 시작
했다.

이 과장은 주가지수와 연계된 파생상품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브로커(중개인)다.

주식 선물 옵션 등을 개별적으로 투자하는 딜러들과 달리 파생상품 브로커들
은 각각의 상품을 여러개 조합해 고객이 원하는 최적의 파생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역할을 맡는다.

주가지수와 연계된 파생상품 시장규모는 올들어 지난 8월까지
1조5천2백18억원(위탁수수료 기준)이며 이중 56.2%에 해당되는 계약이 이
과장을 통해서 이뤄지고 있다.

이 과장이 파생상품 브로커로 나선 계기는 지난 90년 일본 증권시장이
미국계 금융기관들로부터 초토화되는 현장을 목격하고부터다.

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보람증권 국제부에서 일하던 그는 90년 일본
히토츠바시 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났다.

바로 그무렵 일본 증권시장은 주가지수선물(닛케이 225)과 연계된 외국인들
의 프로그램 매매로 주가가 심하게 출렁거렸다.

외국인들은 주가선물을 미리 매도했다가 선물결제일이 되면 현물 주가를
장끝무렵 떨어뜨리는 수법으로 이익을 챙겼고 일본 금융기관들은 속수무책
으로 당해야 했다.

이 과장은 "당시 일본 언론들은 미국계가 "역진주만공습"으로 일본시장을
초토화시키고 있다고 경악했다"고 회상했다.

이 과장은 앞으로 금융시장이 파생상품에 의해 달라질 것임을 예견하고
선물에 대해 맹렬히 공부했다.

국내에 돌아와 선물에 대해 금융기관을 돌아다니며 강연을 해오던 그는
선물시장이 개설되는 96년 삼성증권에서 선물브로커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옵션시장이 개설된 지난해부터 현물 선물 옵션 등을 조합한 파생
상품을 개발.판매하는 파생상품 브로커로 탈바꿈했다.

이 과장은 아직까지 국내 증권시장 파생상품 브로커들이 외국계에 비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

외국계들은 해외시장에서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기 때문에 상품을
조합하는데 더 유리하다고 한다.

또 국내 증권사 브로커들은 현물주식 주가선물 주가옵션 등으로만 파생
상품을 만들도록 제한받는데 비해 외국계는 환율 금리 등도 조합해 국내
시장에 들어오고 있다는 것.

그만큼 외국인들은 다양한 투자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게 이 과장의 설명
이다.

내년 금리 금 환율 등 상품선물시장이 개설되면 증권시장과 연계한 각종
파생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증권사 업무영역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지난해 국내 일부 금융기관들이 잘 알지도 못하고 파생상품투자를 했다가
태국 바트화 폭락으로 큰 손실을 본 적이 있잖습니까. 앞으로 국제금융시장
의 성패는 금융파생상품을 잘 활용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렸습니다"

이 과장은 외국계 금융기관과의 본격적인 싸움이 이제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 정태웅 기자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