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경제노트] (테마연구) '99년 예산 <상>'..대규모 적자재정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 대규모 적자재정 편성 ]]

    내년도 예산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예산이란 정부의 살림살이, 즉 정부재정활동을 결정하는 기본틀이 되기
    때문에 법에 의해 국회 의결을 받아 확정되며 예산을 사용한 결과에 대해서도
    국회의 결산심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특히 IMF체제하에 있는 현 시점에서 경제위기극복을 위한 정부재정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84조9천4백억원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안의 심의과정에 많은 관심
    이 쏠리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정부가 수행하는 역할은 크게 자원배분조정, 소득
    재분배, 그리고 경제안정화 등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수입과 지출활동으로 이루어지는 정부재정은 이러한 정부기능을 수행하는
    수단이 된다.

    경제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는 일국의 부존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최대의 생산효과를 낳는 것이다.

    시장경제의 강점은 누가 간섭하지 않아도 가격을 매개로한 민간경제주체의
    자발적인 교환활동이 가장 효율적인 결과를 낳는다는데 있다.

    그러나 아무리 성숙한 자본주의 경제라 하더라도 국방 치안과 같이 시장이
    제공하기 힘든 성격의 재화(공공재)가 존재할 수 밖에 없고, 또 공해와 같이
    시장에서 가격을 매개로 거래되지는 않지만 특정인의 행위가 분명히 타인
    에게 정이나 부의 편익을 미치는 경우(외부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시장의 실패라고 일컫는 이러한 경우에는 정부가 자원배분과정에 개입하여
    보다 효율적인 결과를 유도할 정당성이 생긴다.

    시장을 통한 자원의 배분과 재화의 공급이 설사 효율적으로 진행되었다
    하더라도 가계간의 소득분배가 지나치게 불공평해지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정당성이 생긴다.

    무엇이 적정한 소득분배인가는 특정사회의 시민감정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으며 같은 나라에서도 시대에 따라 변할수 있다.

    복지국가개념이 강조되었던 1960~70년대 서구제국들이 예산을 보면 사회
    보장성 지출의 규모와 비중이 크게 증가하였음을 알수 있다.

    자연 경제규모대비 정부재정의 비중도 증가하여 이들 국가에서는 정부예산
    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를 고비로 이러한 "큰 정부"가 초래하는 비효율에 대한
    비판이 일게 되고 정부보다는 시장을 강조하는 보수주의적 무드가 레이건-
    대처의 등장과 함께 상승세를 타게 되었다.

    경제가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경제안정이
    뒷밭침되어야 한다.

    지나친 수요증가는 인플레이션을 부른다.

    반면, 총수요가 부족해 공급과잉이되면 생산자들은 설비투자와 고용을
    줄이게 되고 이는 다시 소득감소 소비감소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러한 디플레이션의 해악은 대공황때 적나라하게 표출되었고 이에대한
    반향으로 확대재정을 통해 총수요진작을 도모하는 케인즈식의 경제안정화
    정책이 등장하였다.

    정부지출은 늘이고 또 소비와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금을 삭감하는 확대
    재정정책은 곧 적자재정의 가능성을 의미한다.

    이상의 기본개념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예산을 살펴보자.

    우선 거시적인 관점에서 내년도 예산의 가장 큰 특징은 경기활성화를
    목적으로 GDP의 5%에 달하는 적자재정을 편성했다는 것이다.

    극심한 경기침체를 벗어나는 길은 총수요가 드는 것인데 내수부문에서
    소비나 투자가 늘어날 기미가 없고 해외수요인 수출실적도 기대수준에
    못미치고 있다.

    세입부문은 경기불황으로 예상했던 세수마저 확보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추가적으로 세금을 깎아 주어 내수를 진작시키기 어려운 상태이다.

    결국 남은 길은 정부가 빚을 내서라도 국내에서 생산된 재화나 서비스를
    사주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국방비 교육비 농어촌 지원 등 과거 성역시됐던 부문들에서 전례없이
    4천7백억원을 줄이는 등 경기부양을 위해 한푼이라도 더 쓰기 위해 지출
    항목간의 조정을 한 것도 눈에 띄는 현상이다.

    그런데 예산의 세부항목을 살펴보면 13조5천억원규모의 재정적자가 반드시
    경기부양으로 이어질지 의문스러운 점이 보인다.

    우선 경제위기전의 예산에 있어서는 존재하지 않았거나 액수가 미미했던
    금융구조조정지출(6조9천억원)과 사회복지 및 실업대책을 위한 지출
    (13조2천억원)이 전체 예산의 24%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지출의 상당부분은 재화수요 용도가 아닌 이전지출로서 경기
    부양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사회간접자본의 경우 액수는 전년도에 비해 5%정도 늘었지만 경기진작이나
    고용효과라는 관점에서 볼때 우선순위가 높지 않은 항목들이 정치논리에
    의해 포함되어 있다는 지적이 있다.

    요컨대 세수증대가 어려운 데도 구조조정관련 지출은 불가피해지는 현
    시점에서는 적자재정이 곧 수요확대라는 안이한 사고에서 벗어나 기존
    세출항목간의 과감한 우선순위 조정을 통해 경기회복이나 고용증대 효과를
    노리는 것이 보다 시급한 과제이다.

    전주성 < 이화여대 교수/경제학 jjun@mm ewha.ac.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8일자 ).

    ADVERTISEMENT

    1. 1

      [한경에세이] K패션의 진짜 경쟁력은 손맛

      필자는 공장이 일상인 환경에서 크고 자랐다.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와 바늘이 원단을 박아내는 리듬이 공장 안을 메웠고, 직원들의 손끝은 원단의 방향과 흐름을 잡아주며 공정을 이어갔다. 그 손맛은 자동화가 확대되던 시기에도 쉽게 대체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그 소리들은 단순한 기계적 움직임이 아니라 숙련과 집중, 시간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였다. 결국 패션 제조에서 기술의 진짜 차이는 그런 손끝에서 나왔다. 그 장면과 소리를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유럽의 고급 시계 산업은 지금도 사람이 만든 흔적을 품질의 증거로 삼는다. 인증된 중고 제품이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하고, 긴 대기 시간조차 브랜드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진다. 소비자는 단순한 기능을 사는 것이 아니라 숙련, 완성도, 축적된 시간을 산다.패션도 예외가 아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럭셔리 업체들은 지금도 아틀리에를 운영하며 특정 공정을 기계에 넘기지 않는다. 한 명의 제작자가 제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방식, 완성도를 기준으로 가격이 형성되는 구조, 그리고 공정을 지나치게 단순화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브랜드 정체성을 지탱한다. 그들의 경쟁력은 손기술을 갖춘 인력에서 비롯된다.최근 한국패션협회의 조사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확인된다. 국내 제조 인력 상당수는 30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한 시니어로, 그들의 감각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 데이터에 가깝다.반면 기술은 제조 공정을 더 단순하고 다루기 쉽게 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지금 제조업 현장에 도입되는 인공지능(AI)은 단순한 보조 도구가 아니라 실행 주체인 ‘에이전트’ 역할

    2. 2

      [윤성민 칼럼] 아틀라스 시대, 현대차 노조의 운명은

      미국 보스턴 시민들의 어깨는 미국인 평균에 비해 한 치쯤 올라가 있다는 말이 있다. 미국의 정신이 태동한 곳이자 세계 최고 명문 하버드대와 MIT도 모두 광역 보스턴권에 있다. 현대자동차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개발 주역 보스턴다이내믹스는 1992년 MIT의 학내 벤처로 탄생했다. 로봇 공학의 대부로 불리는 마크 레이버트(현 보스턴다이내믹스 AI연구소장)가 창립자다.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혁신 군사기술연구의 상징인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군사 로봇 프로젝트로 기술력을 키워 오다가 2013년 세계 최고의 플랫폼 기업 구글에 인수됐다. 당시 인수를 주도한 사람이 ‘안드로이드의 아버지’ 앤디 루빈이다. 그러나 루빈이 불미스러운 일로 갑자기 구글을 떠나게 되면서 또 한 번 손바뀜이 일어나게 된다. 이번엔 세계 최대 기술 투자 펀드 비전펀드를 운영하는 손 마사요시(孫正義)의 소프트뱅크다(2017년). 그때 인수전 경쟁자들이 세계 1위 자동차 기업 도요타와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물류 기업 아마존이다. 소프트뱅크가 2020년 위워크 등의 투자 실패로 20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면서 다시 매물로 나오자 이를 차지한 게 현대차다.보스턴다이내믹스 역사에 얽힌 대학과 정부 연구기관, 기업들은 한결같이 글로벌 넘버 원이다. 이 시대 최고의 지력·기술력, 자본력이 어디로 수렴되고 있는지 단번에 읽을 수 있다. 현 주인 현대차는 세계적 자동차 기업이긴 하지만 1위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 CES에서 입증됐듯 세계 최고 모빌리티 기업 자리를 선점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맞게 됐다.현대차가 구글, 소프트뱅크에 비해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데이터를 쌓아 가면서 로봇에 현

    3. 3

      [데스크 칼럼] 韓 소비자가 성공시킨 쿠팡

      쿠팡 사태가 꼬일 대로 꼬였다. 최근 서울 잠실 쿠팡 본사에서 벌어지는 10여 개 정부 부처의 동시다발적 전방위 조사는 이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보 유출 사고 주무 기관뿐만 아니라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10개 이상 정부 부처가 쿠팡 본사에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수백 명의 조사 인력이 한꺼번에 몰려 ‘미니 세종시’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미니 세종시' 된 쿠팡 본사이번 사태는 통상 마찰로 비화할 조짐마저 보인다. 쿠팡의 주요 주주인 미국 벤처캐피털(VC)들이 한국 정부의 과도한 표적 수사에 반발해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SDS) 중재 의향서를 제출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에도 조사를 요청했다. 이들은 지난달 김민석 국무총리의 발언을 적대적 규제의 근거로 삼았다. 김 총리는 “마피아를 소탕할 때와 같은 각오로 시장 질서를 잡아야 한다”고 했다.정부의 지나친 강경 대응도 문제지만 사태가 여기까지 온 데는 쿠팡의 책임도 작지 않다. 청문회 당시 증인들의 불성실한 답변 태도와 ‘셀프 조사’ 의혹 등은 여론의 질타와 국민적 공분을 샀다. 탄탄한 ‘경제적 해자’를 구축한 쿠팡이 독보적인 지위에 취해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이 많다. 이쯤 되니 애초 개인정보 유출이란 사건은 온데간데없고, 요란한 갈등과 상처만 남았다.쿠팡은 두말할 필요 없는 혁신 기업이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산업 지형도와 생태계뿐 아니라 소비자의 삶의 방식을 바꿔놨다. “쿠팡의 행태가 얄밉지만 탈팡은 어렵다”는 소비자들 반응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쯤에서 묻고 싶은 게 있다. 쿠팡의 혁신은 어떻게 이뤄졌을까.기업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