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춘 < 현대경제연구원 경영분석실장 dclim@hri.co.kr >

그동안 많은 진통을 겪어 왔던 5대 그룹의 구조조정이 일단은 종착역에
들어섰다.

이러한 합의안이 과연 경쟁력에 근거했는지,그리고 경제 효율적인지의
판단은 아마도 차후로 미루어야 할 것 같다.

그 이유는 정.재계가 지난 몇개월동안 너무나 소모적인 명분에 치우쳐
기나긴 줄다리기를 해 왔었기 때문에 더 이상의 논쟁은 불요불급하기 때문
이다.

단지 외환위기의 주범으로서, 현 경제 위기의 속죄양으로서, 불만 가득찬
국민의 동네북으로서, 내몰린 5대 그룹의 "역할 아닌 역할"이 이번 합의안
으로 끝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일단 어떤 계획이 이루어지면 그 계획의 시행시 발생할 문제와 그 효과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합의안에서 몬든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몇가지 문제만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첫째, 이번의 정.재계의 합의가 자율에 의한 것인지 또는 타의에 의한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할 것 같다.

그 동안 고심 끝에 만들어진 재계의 빅딜안은 정부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해왔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금년 초에 일어났던 사재출연의 이야기가 다시 나오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경우, 이번 합의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는 국민 각자가 판단할 수
있으리라 본다.

정부는 무엇인가 정부의 개혁 의지에 걸맞는 수준의 가시적이면서, 어려워진
국민의 정서를 충분히 달래줄 수 있는 획기적인 계획이 나오기를 기다린 것
같다.

자율 또는 타율의 판단이 중요한 것은 본 합의안에 대한 책임 소재가 확실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의 합의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잘못되면 기업의 과잉부채 때문에, 잘
되면 정치가 잘해서 식의 과거 논리가 이번에는 사라져야 할 것이다.

둘째, 계열회사 수의 축소에만 집착하고 있는 현재의 구조조정의 흐름은
그 자체에도 문제가 있지만, 이로 인해 고용조정 문제가 다시 나올때 기업들
은 또 한 차례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

구조조정과 고용안정은 두 마리의 토끼와 같아서 작금의 위기 상황에서는
결코 양립될 수 없는데도 정부는 이에 대한 주장을 자주 번복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지난 현대자동차의 파업 사태는 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이번 합의로 생겨날 수도 있는 고용조정에 대해서 정부는 과거 보여 주었던
정책의 혼선에서 벗어나, 보다 일관적으로 행동해야 할 것이다.

셋째, 이번 합의안이 정부가 개입한 마지막 조정이기를 바라고 싶다.

과거의 우리 역사는 기업의 구조조정이 정부 개입으로 크게 성공하지
못하였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현재의 경제 위기 속에서 기업이 매진해야 할 일은 경제성장의 엔진으로서
부를 창출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IMF 관리 경제를 하루빨리 탈출하면서 다가오는 21세기를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기업에게 지난 1년동안 부여됐던 불확실성의 연속선에서 벗어나
확실성하에서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정부의 법적/제도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때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본 합의안으로 일어날 부작용에 대한 유연한 보완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특히 합의안이 향후 경제 환경이나 경제성에 대한 엄밀한 고려없이
이루어졌음을 인지한다면, 이로 인해 발생할지도 모를 후유증에 대한 대책이
우선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는 대립의 세계에서 벗어나 화합/공존의 세계로 들어가서 현재의
위기에서 도약을 함께 도모할 때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