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회를 통해 구조조정의 줄거리가 마련됐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게
중론이다.

우선 수정 재무구조개선약정은 15일까지 내야 한다.

빅딜 수정안은 10일까지 제출키로 돼있다.

25일까진 반도체 경영주체를 확정해야 한다.

31일까진 이업종간 상호지급보증을 해소해야 한다.

빠듯한 일정이다.

자칫 뜻하지 않은 변수라도 생기면 계획은 헝클어진다.

게다가 오너 사재출연문제,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빅딜 등은 여전히
불씨가 남아 있다.

빅딜업종의 과잉투자를 어떻게 해소하느냐도 주요한 관심거리다.

<> 오너 사재출연 문제 =논란이 됐던 그룹총수의 사재출연 또는 출자문제가
이날 간담회 합의문에서는 완전히 빠졌다.

그러나 합의문에 명시되지 않았다고 해서 이 문제가 말끔하게 해소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게 정부와 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합의문에는 다만 "지배주주및 경영진의 책임경영 강화"라고만 돼있다.

정부가 여전히 그룹 오너의 사재출연을 내심 바라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그룹당 1천5백억원 정도의 가이드라인을 정해 총수보유 주식지분의
배당금 포기를 통한 재투자, 우량계열사 보유지분 매각을 통한 부실퇴출기업
손실분담 등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계는 총수의 사유재산 처리 문제에 대해 정치 논리가 개입돼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빅딜 =합의문엔 삼성그룹의 자동차부문과
대우의 전자부문을 맞교환하기 위한 실행계획을 15일까지 확정한다고 되어
있다.

현재까지는 맞교환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만 이뤄졌을 뿐이다.

반도체 경영주체 선정에서 보듯 구체적인 협의에 들어갈 경우 첨예한 이해
관계 대립이 빚어질 전망이다.

15일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때 과연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정부로서도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 은행 부실채권 문제 =5대 그룹이 2백64개인 계열사를 1백30개 내외로
줄이는 과정에선 불가피하게 퇴출되는 기업이 나온다.

은행들은 또 빅딜업체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대상 기업에 출자전환 등의
금융지원을 해줘야 한다.

기업이 퇴출되면 부실채권이 늘어나는 것이고 대출금을 출자로 전환하면
당장은 무수익자산이 된다.

그만큼 은행 등 금융기관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이제 갓 "중환자실"을 빠져 나온 은행들에게 5대그룹 구조조정의 손실
분담은 과도한 듯하다.

물론 정부는 주력계열사가 한계 계열사의 손실을 떠안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실현가능성은 미지수다.

5대그룹의 금융권 차입금은 지난 6월말 현재 2백7조원에 달한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