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도 입으면 안되나요?"

안될게 없다.

오는 2020년께면 컴퓨터를 몸에 걸치는 게 일상화될 전망이다.

최근 피츠버그에서 열린 "제2차 국제 착용가능 컴퓨터(Wearable
Computers) 심포지엄"에서는 입는 컴퓨터의 등장으로 바뀌게 될 다양한
미래상들이 소개돼 주목을 끌었다.

그 중의 하나가 주부들의 장보기 풍경.

지금은 주부들이 장보기 전에 살 물건을 미리 적어둔다.

그러나 미래엔 그럴 필요가 없다.

주부가 물건들의 리스트를 읽으면 정보는 곧 바로 안경에 부착된
소형 마이크로폰 속에 저장된다.

이들 품목은 글자로 전환돼 안경렌즈처럼 만들어진 컴퓨터 스크린에
떠오른다.

또 일단 가게안에 들어서면 가게 컴퓨터가 무선으로 주부의 ID(신원확인)를
확인, 평소의 쇼핑 습관을 체크한다.

이 컴퓨터는 즉시 주부의 안경에 부착된 모니터에 자주 사는 물건의 할인
가격을 보여준다.

이것저것 계산할 필요가 없어 쇼핑이 한결 편해진다.

이번 회의를 주최한 카네기 멜론 대학의 랜디 퍼시는 "컴퓨터 제조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 곧 컴퓨터를 옷에 꿰메거나 보통 크기의
안경속에 집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이번 회의에서는 이같은 미래상을 가늠케하는 많은 장치들이
소개됐다.

외관상 보통 안경처럼 생겼지만 모니터를 내장한 검은테 안경이 단연
빅 히트를 쳤다.

반투명의 이 모니터 스크린은 크기가 연필 굵기 정도에 불과하며 안경
렌즈의 중앙에 위치해있다.

안경 다리중 하나에 내장된 전자회로가 여기에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

착용자는 이미지를 약 90cm 정도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게 된다.

모니터 크기는 정상적 스크린의 약 4분의 1정도.

그러나 반투명이기 때문에 착용자의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

이 안경은 현재 미국 국방부의 전액 지원하에 보스턴의 마이크로옵티컬사가
개발을 마무리중이다.

기술적으로 이보다 이전 단계인 접안 렌즈는 회의에서 실제로 사용됐다.

회의 참석자들은 두꺼운 접안 렌즈가 달린 헤드밴드를 끼고 회의를
참관했다.

이 렌즈에는 모니터 스크린이 달려 있어 별도의 대형스크린이 필요없었다.

또 손바닥 안쪽에다 대고 타자할 수 있는 장갑형태의 키보드도 소개됐다.

이런 장치들은 보통 벨트에 매달려 있거나 가방속에 들어가 있는 랩톱
사이즈의 프로세서들에 연결되어 있다.

컬럼비아대학 컴퓨터학 조교수 스티브 파이너씨는 "앞으로 크고 무거운
컴퓨터를 쓸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값싼 착용가능 컴퓨터들이 대량으로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