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말레이시아 콸라룸프르에서 열린 포스트엑스포에 참가했던
정보통신부 우정국 관계자들은 국산 우편물 처리 자동화기계를 보고
놀라움과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세계 유수의 우편물 처리 기계가 선보이는 이 자리에서 국산 장비를
발견했기 때문.

화제의 기업은 30여년간 우편물 처리 장비 사업에 매달려온 을지(대표
김영복).

이 회사는 세계 우편물 처리기계 시장 진출을 위해 이 전시회에 참가했다.

내수시장에만 매달려온 이 회사가 수출로 눈을 돌린 것은 경기위축으로
우편물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내수시장은이 30%이상 줄어들었다.

을지는 우편물에 날인하는 손도장에서부터 자동소인기, 편지봉투를 한데
묶는 밴딩머신, 소포등을 자동으로 묶는 스트래핑머신등을 선보였다.

모두 국산화 한 것들로 첫 참가 치고는 짭짤한 성과를 올렸다.

김영복 사장은 "싱가포르등 14개국 우정국 관계자들과 상담한 물량만도
액수로 80만달러가 넘는다"고 말했다.

을지는 일본 시장 진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일본에 우편물 처리 기계를 수출 하게 된다면 그것 자체가 품질과
가격면에서 세계시장에 바로 진입할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음을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을지는 이미 일본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지난 9월 4개 일본 우체국에 현장테스트용으로 탁상형요금별납소인기를
공급했다.

테스트 기간이 끝나는 내년 3월께면 본격적인 수출이 이뤄질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김 사장은 "도시바와 국산 대형 자동소인기의 롤라 판매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일본 우정성과 연결이 됐다"며 수출과 반드시 연결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이 소인기는 시간당 1만2천통을 처리한다.

을지가 지난 96년말 개발한 요금별납 자동소인기는 국내 우체국에도
작년 37대에 이어 올해 1백여대가 공급되는등 수요가 늘고 있는 품목이다.

을지는 일본뿐아니라 다른 국가의 우정성들도 공략하기 시작했다.

우선 영문카탈로그를 제작, 미국등 30여개국 우정성에 보냈다.

지난 11월부터는 중진공의 도움을 얻어 인터넷을 통한 제품홍보에도 나서고
있다.

수출마켓팅 노력을 펼치면서 을지는 시간당 2만 2천통의 우편물을 처리할
수 있는 중형 자동소인기를 내년에 선보이고 우표를 자동으로 인식,
불량 우표를 걸러내는 시스템 개발도 추진키로 했다.

세계 대부분의 우체국이 안고있는 2000년 문제에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작년부터 4자리 연도가 찍힌 소인기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

2자리 연도표기로는 2000년이후의 연도와 1900년대를 구분짓는게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 오광진 기자 kj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