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가 당면한 현안과제는 크게 두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하나는
철저한 구조조정이고, 다른 하나는 경기부양이다. 그런데 이들 두가지 정책
목표는 상충되는 면이 없지않다. 지난 7일 정부와 재계가 합의한 대기업
구조조정은 바로 그런 측면에서 여러가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계열기업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빅딜을 통해 중복 과잉설비분야를 통폐합
한다면 대량실업사태는 불가피할 것이다. 또 그로인한 노사분규의 격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기업들의 판도변화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역시 하청계열기업이다. 이들의 동요로 인한 경제불안도 만만치않을 것이다.
뿐만아니라 해당기업들의 해외사업장과 외국인 합작파트너들과의 관계에도
적지않은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때문에 대기업 구조조정의 대원칙이 합의된 만큼 이제는 구조조정의 실행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가지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정부와 재계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세워나가야 할 때라고
본다.

물론 아무런 고통없이 구조조정이 이뤄지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그러나 고통의 강도를 줄이고 겪어야 할 기간을 단축시킬 수는 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와 재계가 신뢰를 바탕으로 공동대처하는 일이다.
이번 대기업 구조조정만 해도 정부는 자율추진이 원칙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대체적인 시각은 정부주도로 이뤄졌다고 믿고 있다. 그만큼 재계와 정부간
불신의 벽이 높다는 얘기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구조조정을 효율적으로 이뤄내기 위해서는 정부가 기업현실을 좀더 충분히
이해하고 구조조정에 따른 애로요인을 제거해주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감내할 수 없는 요구를 무조건 이행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부작용
을 심화시켜 오히려 경제회생에 큰 짐으로 남겨질 우려도 있다. 따라서 정부
는 기업 구조조정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기업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그에 합당한 금융세제 지원은 물론 대출금의
출자전환 등을 동시에 추진할 필요가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정부가 정책 일관성을 지켜주는 일이다. 구조조정의
대전제인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보장하는 것은 정부가 맡아야 줘야 하고,
한번 자율에 맡긴 사항은 다소의 부작용이 있더라도 끝까지 지켜보는 인내를
가져야 할 것이다.

대기업 구조조정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정부와 재계는
추진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시키는 방안을 서둘러 강구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정부는 기업에 대해 일방적인 성과만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각종 지원시책을 통해 될수록 빠른 시일내에 마무리될 수 있도록 채찍보다
당근을 적절히 구사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모든 경제주체들의 고통을 줄이는
지름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