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제강은 와이어 로프(쇠줄)분야에서는 세계 최강의 기업으로 꼽힌다.

종합선재의 생산능력으로 보면 벨기에 베카르트사가 최대 업체(연산
1백만t)지만 와이어로프의 품질과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어깨를 견준다는게
업계의 평가다.

이 회사의 특수선재 가공능력은 연간 46만t정도로 베카르트사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고려제강의 경쟁력은 특정분야를 선택, 40년동안 그 한우물만 집중적으로
파온데서 비롯됐다.

고려제강은 회사자원을 와이어로프 강선재 등 특수선재 가공분야에 집중
했다.

회사에 웬만큼 잉여금이 쌓여도 곁눈질 한번 하지 않았다.

창업자인 홍종열 회장과 현재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2남 홍영철 사장은
오직 생산원가를 절감하고 신제품을 개발하는데 힘썼다.

고려제강의 제품생산력은 일본의 경쟁업체도 긴장할 정도라고 한다.

일본 업체들이 미국 GM에 주로 공급해오던 엔진밸브용 소재납품권을 빼내올
정도로 기술력이 탁월하다.

또 콘크리트파일용 선재와 타이어보강용 소재(비드 와이어) 등은 오랫동안
축적해온 기술이 없으면 실용화하기 어려운 고난도 기술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선재가공은 수요자가 요구하는 제품성격에 따라 다양한 공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미세한 공정기술차이로 제품의 우열이 가려진다.

제품마다 서로 다른 소재를 써야 하고 수요자들이 요구하는 장력과 강도가
제각각이어서 고객을 만족시키기가 그만큼 어렵다.

그렇지만 고려제강은 전체 생산량의 60%를 전세계 8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말 환란이후에는 내수시장의 위축을 수출로 만회했다.

고려제강이 생산하는 다양한 선재 가공품은 선박 자동차 건설 중장비 등에
주로 사용된다.

한우물 경영의 결과는 수치로 뚜렷이 나타난다.

일단 재무구조가 탄탄하다.

이 회사의 부채비율(98년 상반기 기준)은 58.5%다.

올해 매출액은 2천5백87억원으로 작년보다 27%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경상이익도 2백19억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2배이상 늘어날 것으로 증권
분석가들은 전망했다.

결과적으로 외환위기의 한파를 전혀 타지 않았다는 얘기다.

자본이익축적의 지표인 유보율도 3천3백89%(지난 6월말 기준)로 상장사중
최고수준이고 주당 현금흐름도 4만7천원을 웃돌 정도다.

이익이 생기면 다른데 쓰지 않고 죄다 사업밑천으로 남겨 놨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설비투자 자금의 대부분을 내부 잉여로 충당할 정도로 내실경영을
해왔다.

고려제강뿐 아니라 홍 사장 형제들이 운영하는 고려상사 고려용접봉 등도
선재 가공관련 회사일 정도로 독특한 경영철학이 가내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창업자인 홍종열(83) 회장은 형식주의를 배제한 합리주의를 추구해 왔다.

한 우물만 파면서 끊임없이 글로벌경영을 꾀하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

홍 회장의 이같은 경영철학덕분에 고려제강노조는 스스로 무파업을 선언할
정도였다.

고려제강의 또다른 특징은 한우물 정도경영을 고집하면서 밖으로 드러나길
한사코 꺼린다.

주주들을 상대로 투자설명회를 갖는 경우도 없다.

일부에서는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1인대주주와 지분율이 높아 주주관리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러나 경영진들은 묵묵히 내실경영에 주력, 세계 정상에 서는 것을 목표로
매진할 뿐 다른데는 신경쓸 틈이 없다는 반응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