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호텔은 올해 1백억원의 시설투자를 단행했다.

한꺼번에 수백억~수천억원씩 투자하는 대형 제조업체의 투자비와 견주어보면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IMF구제금융 전후 1백30여개의 관광호텔이 부도로 쓰러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일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올 같은 최악의 경기침체 국면에서 조선호텔은 지난해보다 3.5배이상
늘어난 32억원(추정치)의 순익을 냈다.

내국인이 주고객인 식음업장의 판매감소로 매출은 4백69억원으로
지난해(5백억원)보다 다소 줄었지만 외국인이 95%이상을 차지하는데다
환율상승 등으로 요금이 올라가 채산성이 좋은 객실부문이 호조를 보인
때문이다.

조선호텔이 올같은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이처럼 호성적을 올리고 대단위
투자를 단행할 수있었던 것은 앞선 구조조정 덕분이다.

구조조정은 장경작 사장이 부임한 지난 94년부터 시작됐다.

장 사장은 당시 큰 폭의 적자로 인한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먼저 비주력부문의 업무를 아웃소싱체제로
전환했다.

대상은 주차 경비 직원식당 세탁부문이었다.

핵심부문에서도 불필요한 인력을 정리했다.

지난 93년 8백여명에 달했던 임직원수가 지금은 5백70명선으로 줄었다.

인력감축에 따라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은 지난 96년 46.2%에서 올해
31.7%로 하락했다.

이는 국내 특급호텔중 최저수준이다.

장 사장은 권한의 하부이양 등을 통해 경영시스템도 크게 바꾸었다.

95년 이전 총지배인에게 집중됐던 권한을 중간관리자에게 대폭 이양했다.

중간계층이 감독자가 아니라 리더역을 수행토록 종용한 것.

고객을 상대하는 일선 직원들에게도 권한을 부여했다.

고객불만을 직권으로 처리토록 한 것이다.

물론 권한과 함께 책임도 지웠다.

이로써 업무에서 직원의 자율과 창의성, 참여도가 높아졌다.

직원교육도 대폭 강화했다.

인력이 감축됐기 때문에 직원능력을 다기능화할 필요가 대두됐다.

식음업장 이용객중 내국인 비율이 80%선으로 급증하자 내국인을 위한
예절교육도 필요했다.

각 직원들은 사내 혹은 연수원에서 직무 컴퓨터 서비스교육을 순환제로
받았다.

특히 전직원이 1박2일씩 연수원에서 교육받을때는 장 사장이 직접 강의에
나섰다.

호텔측은 또 객실보수 등 대규모 시설투자를 단행했다.

투자규모는 93년부터 지난해까지 5백6억원에 달했다.

올해 97억원을 투입한데 이어 내년과 후년까지 2백억원을 추가 투자할
방침이다.

새단장된 객실은 인테리어를 세련되게 했다.

팩스.복사겸용 레이저프린터, 컴퓨터용 프린터케이블, 다단계의자, 각종
사무용품 등 사무기능도 갖췄다.

호텔측은 서비스개선투자도 병행했다.

식음업장에는 1만1천명의 단골고객 취향에 대한 데이터를 갖췄다.

휘트니스센터 주차장에는 스티커인식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 직원들은 회원얼굴을 암기, 회원증 제시 절차를 생략시켰다.

모니터링시스템도 구축했다.

고객제안 제도를 통해 고객들의 불만을 수시로 확인하고 즉각 시정했다.

각 부문 서비스질을 수치화해 통계를 작성하기도 했다.

이같은 투자와 교육을 통해 서비스수준은 크게 향상됐다.

회사측은 앞으로 사업구조조정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이익을 내지 못하거나 비전이 없는 사업부문을 과감하게 퇴출시킨다는
것이다.

"저성장기에는 내실경영을 펼쳐야 한다"

지금과 같은 IMF체제에서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호황때 불황을 상정, 미리
실행하기는 어려운 경영의 기본원칙이다.

조선호텔이 잘나가고 있는 것은 바로 이 경영원칙을 실행에 옮긴 결과다.

앞선 구조조정과 경영합리화, 그리고 서비스 개선을 통한 고객감동
경영전략으로 조선호텔은 "IMF파고"를 가볍게 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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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호텔 구조조정 내용 ]

<> 비주력부문 아웃소싱 전환 - 주차, 경비, 세탁, 직원식당 등

<> 인력구조조정 - 93년 8백여명에서 현재 5백70여명

<> 경영혁신 - 권한의 과감한 하부이양

<> 서비스 강화 / 시설 보완 투자 : 친절교육, 모니터링시스템, 객실보수 등

======> 수익성 중시 경영체제 구축
(고정고객 증가, 인건비부담 감소, 순익급증)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