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은 지난 상반기 종업원들에게 특별 상여금을 지급, 화제의 기업이 됐다.

IMF한파의 영향으로 "상여금"이란 말이 실종위기를 맞았던 그때 이회사는
장사를 잘해 오히려 "덤"을 지급하는 여유를 보인 것이다.

농심이 이런 호황을 누린것은 라면 스낵등 IMF가 오히려 호재로 작용하는
제품군을 갖고있기 때문이었다.

라면의 경우 IMF의 최대 수혜 품목임에 틀림없다.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빠지면서 라면은 외식을 대체하는 식품으로
부각됐다.

또 푸짐한 양을 앞세운 새우깡등 스낵류도 인기리에 판매되고있다.

여기다 관련 제품의 가격도 올라 이회사의 올매출은 전년대비 20% 이상
급증한 1조1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그야말로 난세에 "매출 1조원시대"란 꿈같은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그러나 "1등 제품만 만든다"는 이 회사 특유의 프로근성이 없었다면 IMF가
주는 호기를 "특수"로 연결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는게 주위의 일반적
관측이다.

농심은 지난 65년 설립 이후 식품사업 한우물만 파온 기업.

돈을 벌면 땅을 사고 다른 사업에 나서는 다른 기업과는 달리 제조설비의
첨단화 물류정비 판매망확충 등에 집중 투자해왔다(신동원 사장).

이 회사가 지난 89년 경쟁 라면업체들이 생각조차 못했던 CIM(컴퓨터
통합제조) 시스템을 도입한게 그 예다.

생산에서 포장까지 라면관련 모든 공정을 컴퓨터로 작동이 가능토록하는
이 설비는 농심라면의 품질을 한단계 끌어 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덕분에 이회사 라면제품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60%를 넘어서 최근에는
64%까지 늘어났다.

"라면=농심"이란 등식을 소비자들에게 확고히 심어준것이다.

또 71년 출시된 새우깡은 월매출이 50억원을 웃도는 최장수 히트제품이다.

금년 3월 선을 보인 생수제품인 "제주삼다수"도 페트용기 분야에서 벌써부터
선두로 올라섰다.

제주도의 맑은 물을 부각시킨 판촉전이 효력을 본 결과다.

이 회사가 1등상품을 만들어 가는 또다른 비결은 소비자들의 입맛과 시대상
의 변화에 대응, 제때 신제품을 내는 순발력을 발휘하는데있다.

지난 86년 한국인들이 매운맛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제품개발에 그대로
반영, 신라면을 내놓았다.

자장면 대용식품인 짜파게티, 얼큰한 우동맛의 너구리우동등도 출시
직후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항암 및 항혈전등 생리활성 효과가 있는 콩펩타이트를 개발,
"콩라면"이란 건강제품을 선보였다.

또 국내에 복고바람이 거세자 올들어 새우깡에 판촉력을 집중한데 이어
기존 새우깡의 양을 4배로 늘린 "노래방 새우깡"을 출시, 새우깡붐을
재현하는데 성공했다.

1백여명의 우수인력이 모여있는 "상품개발연구소"도 1등제품 만들기에
큰몫을 하고있다.

이회사가 품질 향상과 함께 내부개혁을 소리없이 추진한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지난 93년부터 자동화에 따른 인력재배치를 꾸준히 진행, 감원없는 IMF를
맞고있다.

경영혁신의 한 방식인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란 제도를
지난 95년 도입, 결재 등 모든 업무분야에서의 간소화작업도 완료됐다.

이회사는 올들어 "벽파괴"를 새로운 경영이념으로 정하고 "부서간 벽을
허물고 기존의 관습과 방식을 과감히 벗어던지는 운동"(신 사장)을 활발히
진행중이다.

매출 1조원시대를 연 이회사는 이제 세계적인 식품업체로 발돋움하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 김영규 기자 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