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잘못하면 '독' .. 이질적 기업문화 마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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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는 기업간 인수.합병(M&A)이 오히려
기업경영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합병된 회사들이 상호 이질적인 기업문화에 발목이 잡히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합병으로 덩치를 불린 기업들이 대부분 "규모의 경영"에 치중하는
나머지 관료주의 등 거대기업 특유의 병폐를 증폭시킨다는 것이다.
실제로 합병 기업들 중 상당수가 경영수지 악화 등 합병 이전보다 못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대 경영대학원의 마크 시로워 교수는 지난 94~97년 사이에 합병으로
출범한 1백개 주요 기업들중 3분의 2가 "실패작"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합병 이후 이들 기업의 경영수지가 동종업계 평균치를 밑돈 것은 물론
주가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의 컨설팅 업체인 미첼 매디슨사도 비슷한 조사 결과를 최근 내놓았다.
95년 이후 합병한 은행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들의 올 주가수준이
업계평균의 82%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거액을 들여 인수한 기업을 헐값에 도로 떼어내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94년 라이벌 컴퓨터 소프트웨어 업체인 워드 퍼펙트사를 14억달러(약
1조6천8백억원)에 사들였던 노벨사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 회사는 워드 퍼펙트와 합병한 이후 수익이 악화되는 등 부작용이 "한계
수위"를 넘어서자 2년 뒤인 96년 워드퍼펙트를 매수가격의 15%도 안되는
2억달러에 서둘러 매각해버렸다.
음료업체인 스내플사를 지난해 처분한 식품회사 퀘이커 오츠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퀘이커 오츠는 94년 17억달러를 주고 스내플을 사들였지만 임직원들간의
불협화음과 수지악화 등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지난해 스내플사 매각대금으로 받은 돈은 "본전"의 17%밖에 안되는
3억달러였다.
물론 동종 기업간의 결합으로 얻게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많은 게 사실이다.
연구개발과 관리비 등 각종 경비와 인력을 절감하는 것은 물론 합병에
따르는 시너지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국제유가 급락으로 벼랑 끝에 몰리게 된 엑슨과 모빌이 합병으로
탈출구를 찾게 된 것도 바로 이런 효과를 기대해서였다.
지나친 경쟁을 피하는 해법이 될 수도 있다.
인터넷 업계의 아메리카 온라인과 넷스케이프, 금융계의 도이체방크와
뱅커스트러스트가 합병을 선언한 것이 그 사례다.
그러나 적지않은 기업들에 이런 "기대"가 "실망"으로 나타나는 것은
거대화에 따르는 의사결정 과정의 지체 등 부작용을 효과적으로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통신 회사인 AT&T가 지난 82년 지역 통신서비스 업체들로 분할된 이후
오히려 통신혁신이 본격화됐다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우 최근 M&A가 부쩍 활기를 띠고 있는 배경에는
"합병 위로금"을 노리는 일부 전문 경영인들의 "술수"도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에서는 M&A가 이뤄질 때 인수업체 쪽에서 피합병기업의 최고
경영자에게 위로수당 등의 명목으로 거액을 지급하는 게 관례로 돼 있다.
엑슨에 회사를 매각키로 한 모빌사의 경우 루시오 노토 회장이 엑슨측으로
부터 최소 6백만달러의 위로금을 약속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세계 각국의 기업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M&A 붐에 속속 가세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들어 11월말까지 전세계적으로 단행됐거나 발표된 M&A는 2만3천9백26건,
2조3천1백억달러 어치에 이른다.
역대 최고였던 작년의 기록(1조6천억달러)을 벌써 훨씬 넘어선 규모다.
이같은 기록 수립에 참여한 기업들이 "M&A는 실패하기 쉽다"는 과거의
예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 두고볼 일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0일자 ).
기업경영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합병된 회사들이 상호 이질적인 기업문화에 발목이 잡히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합병으로 덩치를 불린 기업들이 대부분 "규모의 경영"에 치중하는
나머지 관료주의 등 거대기업 특유의 병폐를 증폭시킨다는 것이다.
실제로 합병 기업들 중 상당수가 경영수지 악화 등 합병 이전보다 못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대 경영대학원의 마크 시로워 교수는 지난 94~97년 사이에 합병으로
출범한 1백개 주요 기업들중 3분의 2가 "실패작"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합병 이후 이들 기업의 경영수지가 동종업계 평균치를 밑돈 것은 물론
주가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의 컨설팅 업체인 미첼 매디슨사도 비슷한 조사 결과를 최근 내놓았다.
95년 이후 합병한 은행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들의 올 주가수준이
업계평균의 82%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거액을 들여 인수한 기업을 헐값에 도로 떼어내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94년 라이벌 컴퓨터 소프트웨어 업체인 워드 퍼펙트사를 14억달러(약
1조6천8백억원)에 사들였던 노벨사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 회사는 워드 퍼펙트와 합병한 이후 수익이 악화되는 등 부작용이 "한계
수위"를 넘어서자 2년 뒤인 96년 워드퍼펙트를 매수가격의 15%도 안되는
2억달러에 서둘러 매각해버렸다.
음료업체인 스내플사를 지난해 처분한 식품회사 퀘이커 오츠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퀘이커 오츠는 94년 17억달러를 주고 스내플을 사들였지만 임직원들간의
불협화음과 수지악화 등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지난해 스내플사 매각대금으로 받은 돈은 "본전"의 17%밖에 안되는
3억달러였다.
물론 동종 기업간의 결합으로 얻게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많은 게 사실이다.
연구개발과 관리비 등 각종 경비와 인력을 절감하는 것은 물론 합병에
따르는 시너지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국제유가 급락으로 벼랑 끝에 몰리게 된 엑슨과 모빌이 합병으로
탈출구를 찾게 된 것도 바로 이런 효과를 기대해서였다.
지나친 경쟁을 피하는 해법이 될 수도 있다.
인터넷 업계의 아메리카 온라인과 넷스케이프, 금융계의 도이체방크와
뱅커스트러스트가 합병을 선언한 것이 그 사례다.
그러나 적지않은 기업들에 이런 "기대"가 "실망"으로 나타나는 것은
거대화에 따르는 의사결정 과정의 지체 등 부작용을 효과적으로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통신 회사인 AT&T가 지난 82년 지역 통신서비스 업체들로 분할된 이후
오히려 통신혁신이 본격화됐다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우 최근 M&A가 부쩍 활기를 띠고 있는 배경에는
"합병 위로금"을 노리는 일부 전문 경영인들의 "술수"도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에서는 M&A가 이뤄질 때 인수업체 쪽에서 피합병기업의 최고
경영자에게 위로수당 등의 명목으로 거액을 지급하는 게 관례로 돼 있다.
엑슨에 회사를 매각키로 한 모빌사의 경우 루시오 노토 회장이 엑슨측으로
부터 최소 6백만달러의 위로금을 약속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세계 각국의 기업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M&A 붐에 속속 가세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들어 11월말까지 전세계적으로 단행됐거나 발표된 M&A는 2만3천9백26건,
2조3천1백억달러 어치에 이른다.
역대 최고였던 작년의 기록(1조6천억달러)을 벌써 훨씬 넘어선 규모다.
이같은 기록 수립에 참여한 기업들이 "M&A는 실패하기 쉽다"는 과거의
예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 두고볼 일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