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rkim@hws.co.kr >

여의도 우리회사 건물 오른쪽에는 "노사정위원회"가 입주한 건물이 있다.

왼쪽으로는 길건너에 바로 금감위가 위치해 있어 올해는 이래저래 숱한
데모를 구경하게 되었다.

요즈음은 새로 문을 연 여의도공원 건널목도 바로 회사앞에 생겨 데모군중들
이 우리회사 근처에 집결하기가 일쑤다.

오로지 지정학적(?) 이유 하나로 시위의 한가운데에 서게 된 것이다.

그런데 여의도에서 벌어지는 시위는 대부분 낮시간에 벌어지는 때문인지
일부 산업현장과는 달리 전투경찰들과 격렬한 몸싸움이나 큰 불상사없이
끝나는게 보통이다.

대신에 고성능확성기를 동원해 몇시간이고 구호를 외치거나 흘러간 옛가요를
틀어대 사무실에 앉아있는 일이 여간 고역이 아니다.

차제에 우리나라의 시위문화도 바뀌어야한다.

의례껏 데모를 한다면 허가없이도 공장이나 학교를 사실상 점거하고 대치한
전경과 투석전을 벌이고 끝내는 최루탄 발사로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그런
시위는 이제 졸업할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전경인들 무슨 죄가 있으며 그 격렬한 싸움으로 피차에 얻을 것이
무엇이겠는가.

또 천편일률적으로 등산용 빨간 조끼에 붉은 머리띠를 두른 데모대의
옷차림이나 이상한 몸짓, 전통적인 운동권노래도 제3자에게 친근감을 주기
어렵다.

데모도 설득과 주장의 한 방법이다.

따라서 그 절차나 방법에 대해서도 당사자는 물론 제3자에게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시위대의 주장을 들어보기도 전에 그 살벌한 분위기에서 먼저 이질감과
공포감을 느낀다면 아무리 온당한 주장인들 바르게 이해되겠는가.

한 세기를 마감하고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려는 지금 70년대의 그 음울한
잔재들은 벗어 던지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