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 규제는 풀되 책임경영체제를 강화하겠다"

정부가 세운 금융산업관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누구나 자유롭게 금융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없애는 대신 경영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는 것이다.

5대 재벌이 금융서비스업을 핵심업종으로 선정하고 일제히 신규 진출을
서두르는데 대해서도 정부는 마찬가지 입장이다.

정부는 어떤 그룹이던 조건만 맞으면 신규 진출을 허가해 줄 방침이다.

여기에는 금융업에 진출하면 누구나 떼돈을 벌 수 있어 신규진입이 하나의
특혜처럼 여겨졌던 과거와는 금융업 환경이 완연히 달라졌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일단 진출만 하면 정부의 보호속에 황금알을 낳은 거위 역할을 했던
금융업의 시대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는 앞으로 금융기관도 수익성과 상업성을 철저히 따져 운영토록 감독할
예정이다.

이를 이행치 못해 부실이 쌓일 경우에는 언제든지 적기시정조치를 취해
퇴출시킬 방침이다.

진입뿐만 아니라 퇴출도 똑같이 "자유롭게" 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금융업 진출을 준비하는 재계측도 이같은 원칙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금융구조조정 진행과정에서 이 원칙을 몸소 보여 줬다.

몇몇 은행은 망했다.

문을 닫은 종합금융사도 적지 않았다.

무능했던 부실금융기관의 대주주에게는 손실부담원칙이 철저하게 적용됐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앞으로 철저한 건전성 감독을 통해 부실한 금융기관
은 언제든지 문을 닫게 할 방침"이라며 "재벌들이 금융업에 진출하는 것은
더 이상 특혜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금융산업에 대해
하나씩 진입장벽을 없애고 있다.

재경부는 연내에 지난 87년이후 사실상 금지됐던 신용카드업에 대해 신규
진입을 허용키로 했다.

현재 현대그룹과 롯데그룹,그리고 외국계 은행이 진입의사를 밝히고 있는
상태다.

또 보험업에 대해서도 규제를 풀고 있다.

현재 5대 그룹은 부실보험사를 인수하는 조건으로만 신규 진입을 할 수
있지만 오는 2000년부터는 이 조건도 철폐된다.

마지막까지 진입 장벽이 남게 되는 곳은 금융기관의 핵인 은행이다.

정부는 당초 연내에 은행법을 개정해 대기업도 은행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재벌의 사금고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 현재 법개정을 뒤로
미뤄 놓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재벌들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는 시점이 되면 은행업에
대한 진입제한도 풀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년에 은행법 개정 작업을 다시 추진해 2000년께는 대기업의 은행진출을
자유롭게 한다는 복안이다.

< 김준현 기자 kimj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