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의 매출액중 14.3%가 물류비로 나가고 있다.

1천원짜리 제품이라면 1백40원은 운송비나 보관비로 날아간다는 얘기다.

미국이나 일본기업의 경우 매출액중 물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7~8%로
한국의 절반수준이다.

유럽국가의 경우 5.8%로 우리나라와 비교해 25%에 불과하다.

뛰어난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성을 높이는데 투자돼야 할 돈이 길에
뿌려지고 있는 셈이다.

기업의 물류비 부담은 매년 10%이상 증가하고 과도한 물류비가 제품의
원가를 상승시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다.

그런데도 기업들의 과다한 물류비 부담이 개선될 조짐이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기업의 물류비 내역을 살펴보면 수송비가 66.5%를 차지하고 있다.

다음으로 재고유지 관리비가 21.7%로 비중이 높다.

물류합리화를 위한 정보망 구축이나 표준화사업에 투자하는 액수는 6.2%에
불과하다.

물류비 내역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물류의 근본문제는 낙후된 수송
체계에서 비롯된다.

도로수송률이 92%나 되는 편중된 수송분담구조로 인해 도로체증에 따른
교통혼잡비용만 16조원에 달한다.

철도는 총 영업거리 3천1백18km, 총 궤도연장 6천5백80km에 불과하다.

특히 주요 노선의 용량이 한계에 달해 추가투입도 어려운 실정이다.

항만시설도 만성적인 체선 체화현상이 최근 나아지고 있으나 이는 물동량
감소에 따른 부수효과일 뿐 IMF사태 이전까지는 항상 대기상태였다.

지난 9월에는 수송기 부족으로 미국으로 제때 실려나가지 못한 화물 7백t이
김포공항 야적장에 그대로 쌓여 있었다.

국내 물류거점의 기능을 하는 화물터미널은 47개소에 불과해 일본의 3%
수준에 그치고 있다.

뿐만 아니다.

물류 운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물류표준화와 정보화도 미흡하다.

수송용 표준팔렛 사용률은 16%대에 머물고 있고 포장및 하역의 기계화율은
12% 수준이다.

이러한 낙후된 물류시스템은 외국인들의 직접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낮은 물류서비스는 더 이상 한 나라의 생산성을 저해하는 요소로만 작용
하지 않는다.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기업들이 입지를 선택할 때 반드시
따지는 사항이다.

물류를 뒷받침하는 것은 정보통신기술의 혁신과 이에 따른 국제분업체제.

제품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임금수준은 국가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요소로서의 비중이 약해지고 있다.

이에비해 물류 기능은 커지고 있다.

생산분야에서는 무재고경영이라할 만큼 즉시 조달시스템도 가능해졌다.

유통분야도 기존 생산자 중심의 시스템에서 소비자중심의 시스템으로
무게중심이 옮아가고 있다.

인터넷 보급에 따른 전자상거래의 확대는 다양한 성향의 소비자에게 신속히
대응하는 물류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한 국가의 물류수준은 최소한 산업입지 경쟁력의 장애요인이 되지 않는
수준이 돼야만 글로벌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 장유택 기자 ytchang@ 이심기 기자 sg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