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계기준은 기업들이 회계장부를 작성할때 반드시 따라야 하는
"회계법"이다.

회계분야에서 일종의 "헌법"인 셈이다.

예컨대 개정 기업회계기준에서 외환손익을 당기손익으로 처리토록 함에
따라 이 기준이 시행되는 99회계연도부터는 모든 기업들이 외환손익을
당기에 손익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12월결산법인의 경우 기준환율이 되는 12월31일 환율이 급등해 엄청난
환차손이 발생했더라도 이를 당기손실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회계기준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기업의 손익구조가 천양지차
를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 기업회계기준을 개정하게 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IBRD)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이들은 국내기업의 회계장부를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회계기준을 국제기준
에 맞게 뜯어고치라고 다그쳤다.

그동안 우리의 기업회계기준은 자의적이거나 기업에 유리한 조항이 많아
회계조작의 여지를 주었던 것도 사실이라는게 일반적인 견해였다.

이번에 개정된 기업회계기준은 국제회계기준(IAS)을 대폭 수용했다.

일부 항목은 오히려 국제회계기준보다 엄격해지기도 했다.

전세계에서 회계기준이 가장 엄격하게 정비돼 있다고 평이 나있는 미국
회계기준(GAAP)도 상당폭 받아들였다.

한마디로 종전의 회계기준보다 훨씬 "엄격"해진 것이다.

그만큼 내년엔 국내 기업의 손익구조가 급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미
이기도 하다.

IAS는 각국의 회계당국으로 구성된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C)가 만든
국제회계기준이다.

GAAP는 미국의 기업회계기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와는 달리 민간단체인 회계기준위원회(FASB)가 GAAP
개정권을 갖고 있고 기준도 IAS보다 훨씬 엄격한 편이다.

우리나라는 정부부처인 금융감독위원회가 회계기준을 관장하고 있다.

기업회계기준이 모법이라면 그 하위법으로 10여개의 회계처리준칙이 있다.

금융업이나 건설업 등 업종특성상 기업회계기준을 그대로 적용키 어려운
업종에 대해 별도의 회계처리준칙을 마련한 것이다.

또 기업회계기준 아래에는 "기업회계기준 등에 관한 해석"이 있다.

일종의 시행령인 셈이다.

기업회계기준에서 소화하지 못한 내용을 세부적으로 예시하는 것으로
회계실무자에게는 "바이블"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기업회계기준이 국제수준으로 재정비됐지만 성패의 여부는
실제 회계장부를 작성하고 이를 감사하는 기업과 공인회계사의 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제도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말이다.

< 박영태 기자 py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