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 다시 살아난다.

지난 여름 반짝 장세를 연출한뒤 내림세로 돌아섰던 부동산시장.

찬바람이 불면 움츠러든다는 속설을 뒤엎고 요즘 생기를 보이고 있다.

겨울철은 통상 부동산거래가 뜸한 계절.

날씨가 추워 이사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탓이다.

따라서 최근 나타나는 겨울철 상승은 실질수요보다는 가수요가 주요 요인
이라는 분석이 많다.

부동자금이 투자처를 찾아 움직이는 이른바 "금융장세"라는 시각이다.

이런 분석이 나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각종 재료들이 모두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거시경제지표 정부정책 그리고 투자심리 등 3가지 핵심요인이 모두
파란불이다.

한마디로 부동산투자의 3박자가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거시경제지표중 부동산시장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금리동향.

IMF직후 한때 연30%를 웃돌던 실세금리가 이제 10%대로 떨어졌다.

조만간 한자릿수로 진입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연30%의 금리는 부동산에 묻혔던 자금을 금융기관으로 끌어냈지만 한자릿수
의 수익률을 믿고 금융기관에 돈을 넣어둘 사람은 많지않다는 계산이다.

최근 증권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금융과 대기업의 구조조정이 대부분 연내에 마무리되어 내년부터는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란 분석들도 부동산시장 전망을 밝게
해준다.

정부정책도 부동산쪽에서 보면 "햇볕론"이다.

토지거래허가제가 대부분 폐지됐고 폭발력을 가진 재료로 평가되는 그린벨트
대폭해제도 이미 예고돼있다.

일각에선 그린벨트와 형평을 맞추기위해 다른 개발제한지구들도 어느정도
풀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우선 돈이 돌게 하는게 급선무다"(김원길 국민회의
정책위의장)는 견해가 정부여당에 많은게 사실이고 이런 점이 점차 정책에
반영될 것이란 기대에서다.

적어도 부동산시장을 위축시키는 정책은 당분간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데는
정부관계자들도 견해를 같이한다.

꽁꽁 얼어붙었던 투자심리도 크게 호전됐다.

부동산전문가는 물론 일반인들도 지금이 "바닥"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무릎"
밑으로 내려왔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매매타이밍으로 보면 살때라는 지적이다.

지난 가을까지도 썰렁했던 모델하우스 등 이른바 부동산 현장에 몰리는
인파는 이런 상황을 잘 보여준다.

이처럼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면서 시장 전체의 분위기가 호전되고 있다.

가장 먼저 흐름을 타는 곳은 역시 아파트시장.

지난 10월이후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기 시작하더니 요즘엔 기존아파트들도
움직이고 있다.

분양시장의 경우 웬만한 지역은 경쟁률이 3, 4대 1을 기록하고 잊혀졌던
"프리미엄(웃돈)"이란 단어가 다시 등장했다.

IMF이후 최고의 호황이라고까지 불릴 정도다.

기존 아파트들도 지난달부터 서울 강남 목동과 분당신도시등 이른바
블루칩지역이 오름세를 타기 시작했고 이같은 흐름은 요즘들어 서울 수도권
전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부 노른자위 지역의 아파트들은 이미 IMF이전가격으로 가까이 접근하고
있다.

경매시장에선 인기지역의 아파트경쟁률이 20대 1을 웃도는게 보통이다.

상가와 오피스텔도 인기를 되찾고 있다.

수도권 인기지역의 아파트단지내 상가는 대부분 분양 첫날 모두 매진되고
핵심지역의 오피스빌딩내 상가도 품귀를 빚을 정도다.

신규 분양하는 오피스텔도 인기폭발이다.

최근 분양한 분당신도시의 트리폴리스는 청약률이 90%를 넘었고 일부 로열층
은 프리미엄이 1천만원정도 붙어있다.

상반기중 오피스텔분양률이 잘해야 20~30%에 불과했던 것과는 격세지감이다.

토지시장도 해빙조짐이다.

경기도 용인 파주 광주 등에는 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급매물이 쑥
들어갔다.

전원형 신도시예정지인 홍천 횡성지역의 땅값이 최근 몇달새 2배가량 오르는
등 "재료"만 있으면 튀어 오른다.

그린벨트 대폭해제는 토지시장의 메가톤급 호재가 될게 확실하다.

올연말부터 해제지역이 확정되기 시작하면 관련지역의 가격이 한단계
"레벨업" 되리란 기대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이같은 분석이 지나친 낙관론이라는 견해도 많다.

최근의 거시경제지표개선이 일시적인 현상이어서 본격적인 경기회복사인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또 대기업구조조정으로 인한 대거퇴출도 부동산시장에는 만만치않은 복병
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따라서 최근의 부동산 오름세도 지난 여름같은 또한번의 반짝 장세일
것이라고 설명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어쨌든 부동산시장은 앞으로 살아난다해도 과거와 같이 투기적으로 오르기는
힘들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재료에 따라 가격이 움직이는 등 상승률이 철저히 차별화되고 이에따라
부동산에 모든 자금을 쏟아넣는 무모할 정도의 공격적인 투자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란 지적이다.

그만큼 조심스럽고 과학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 특별취재팀 : 육동인 방형국 유대형 김호영 김태철 백광엽 송진흡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