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ASEAN)은 한국에 노른자위 시장이다.

80년대 이후 이들 동남아 국가가 공업화 및 대외개방 과정을 겪으면서
한국의 주요수출시장으로 급부상했다.

미국에 이어 두번째 큰 수출시장이다.

수입에서도 일본 미국 EU에 이어 4번째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세안 국가들은 한국에 무역 불균형을 시정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작년말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동남아 국가와의 교역이 위축되면서 무역
활성화를 위한 대책마련이 양측간의 현안으로 떠올랐다.

<> 교역추이

싱가포르 등 아세안 9개국에 대한 수출은 90~95년 연평균 28.1%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동남아 국가의 경제성장에 따른 수입수요에다 이들 국가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기계류와 같은 생산설비나 원.부자재를 대량 실어갔기
때문이다.

동남아국가에서 수입하는 원자재와 농산물 등도 크게 늘어났다.

이같은 추세에 따라 한국과 아세안 국가와의 교역은 91년 1백35억달러에서
지난해 3백28억달러로 확대됐다.

대아세안 무역수지 흑자는 91년 12억달러에서 작년 78억달러로 6배 이상
늘어났다.

이같은 교역확대 추이는 작년말 금융위기로 꺾이기 시작했다.

동남아 국가들이 자국의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며 수출드라이브 정책과
수입억제 정책을 폈다.

경기침체에 따른 긴축재정과 내수시장 축소로 한국의 대아세안 수출과
수입은 올들어 10월까지 각각 30% 감소했다.

작년까지 15%대를 유지하던 한국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올들어
10%선으로 축소됐다.

한편 한국기업의 대아세안 투자는 90년대 이후 급증추세를 보이며 올 9월말
현재 신고기준으로 1천9백85건 55억달러에 이른다.

<> 금융위기 이후 현황

금융위기 당사국인 인도네시아와 태국으로의 수출은 올 상반기 현재
전년동기보다 각각 52.8%와 39.8%나 줄었다.

반면 경제 구조조정을 일찍부터 시작한 필리핀에 대한 수출은 오히려
26% 늘어났다.

게다가 베트남 등 일부 국가에 대한 수출 미수금을 받지 못하자 국내
수출기업들이 수출선을 전환하고 있다.

동남아 수출 여건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한국과 동남아는 그동안 경제발전과 공업화의 단계상 상호보완적인
교역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태국 등이 산업구조고도화를 추진하면서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와 같은 수입대체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부 업종에선 경쟁양상까지 나타났다.

<> 현안및 향후 과제

동남아 통화위기의 한 원인이 경상수지 적자의 누적이라고 볼 때 이들
국가들의 무역수지 적자 축소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입장에선 무역불균형은 아세안의 경제개발에 따라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즉 교역규모 자체를 늘리는 전략을 펴야 한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일본이 미야자와 플랜으로 조성하는 3백억달러의
지원기금을 아시아 국가에 적절히 배분, 수요여력을 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아세안 국가와의 구상무역을 늘리기 위해 중앙은행간 청산계정 개설
또는 구상무역 파트너의 선정 등이 시급하다.

UR타결 이후 한국의 농산물시장이 대폭 개방되면서 아세안 국가에서
들여오는 농산물에 대한 검역도 완화되는 추세다.

동남아국가로부터 농산물을 수입하는 대신 국내에 남아도는 유휴설비를
맞바꾸는 구상무역 방안이 구체화되고 있다.

이처럼 동남아 수출증대를 위해선 정부차원의 수출보험 금융보증 등의
확대 외에도 기업의 마케팅능력이 제고돼야 한다.

기존 바이어에 대해 시장밀착형 활동을 강화하고 신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잠재력이 큰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수출과
해외투자를 연계하는 현지화전략을 강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안했다.

< 정구학 기자 cg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