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구조조정의 열풍이 몰아불면서 2,3세들의 분가가 가속화되고 있다.

현대가 5개 주력업종을 중심으로 그룹을 완전히 분할키로 하자 아직
2,3세들에 대한 분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그룹들도 구조조정을 통한
분가에 본격적으로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재계가 분가를 서두르고 있는 것은 정부의 대기업 정책이 궁극적으로
"재벌 해체"를 겨냥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미 지난 4월부터 30대 대기업 그룹의 신규 지급보증은 금지됐다.

기존의 채무보증도 이업종은 연말까지,동업종은 오는 2000년 3월말까지
해소해야 한다.

비주력 사업에 대한 출자도 더 이상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재무구조 건실화를 위한 증자나 외자유치 등을 진행하다보면
상호 보유지분율도 낮아지기 마련이다.

재계도 지금과 같은 경영구조를 유지해 봐야 이득은 커녕 손해만 볼 뿐이다.

박세용 현대구조조정본부장은 "현대의 구조조정이 분가만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동종업종별로 독립계열화하다 보면 분가는 당연한게
아니냐"고 말했다.

다른 기업들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가장 발빠르게 분가에 나선 곳은 현대.

현대는 그동안 금기시해 왔던 "분가"라는 용어를 직접 써가며 그룹 분할을
설명하고 있을 정도다.

자동차 건설 전자 중화학 금융.서비스 5개 소그룹으로 그룹을 분할키로한
현대는 우선 자동차부문을 2000년까지 그룹에서 독립시키기로 했다.

경영주체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2남인 정몽구 회장이다.

또 7남 정몽윤 회장 몫인 현대해상화재는 이미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분리
를 신청한 상태다.

3남 정몽근 회장이 경영하고 있는 금강개발산업도 내년 1.4분기까지 계열
분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나머지 소그룹에 대한 분할도 곧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5남 정몽헌 회장 계열의 전자 및 건설소그룹, 6남 정몽준 고문 계열의
중화학소그룹 등이다.

5대 그룹내에서는 SK그룹도 관심대상이다.

최종현 회장 사후 SK주식회사 회장에 오른 장남 최태원과 창업주 고 최종건
회장의 장남 최윤원 SK케미칼 회장과의 분가다.

일단은 SK케미칼이 주력업종인 에너지.화학업종이지만 동종업종의 지급
보증도 끊기게 된 상황에서 어떤 형태로든 분가는 이뤄질 것이라는게 재계의
시각이다.

5대 그룹의 분가가 가시화되면서 나머지 그룹들의 분가도 관심사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한진.

한진은 이미 조중훈 회장의 2세인 양호 남호 수호 정호씨가 계열사별
책임경영에 나서 있다.

더욱이 이들은 각각 해당 그룹의 대주주로 올라서 있어 지분 문제도 별로
남은게 없다.

장남인 조양호 사장은 대한항공과 (주)한진을, 2남인 조남호 사장은
한진건설을, 3남인 조수호 사장은 한진해운을, 4남인 조정호씨는
한진투자증권을 중심으로 분할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소 다른 얘기지만 쌍용의 분가도 이채롭다.

쌍용증권 사장을 맡던 김석원 쌍용회장의 막내동생 김석동 사장은 증권이
미국의 H&Q아시아퍼시픽사로 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분가, 이 회사 전문
경영인 대표이사 회장을 맡았다.

이밖에도 롯데등 IMF 한파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는 기업들도 재계의
분가 분위기에 휩싸여 조기 그룹분할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재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