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값이 계속 떨어져 수출하는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초에 정한 가격으론 수출해도 남는게 없어서다.

수출단가를 올리려고 해도 여의치 않다.

연초에 보낸 견적서를 한햇동안 쓰는 수출관행 탓이다.

내년 원달러환율 전망도 엇갈려 중소기업들의 수출이 차질을 빚고 있다.

달러값이 더 떨어질까봐 내년 수출물량 협상을 늦추는 업체가 많다.

환율변동에 수출 중소기업들의 수지가 출렁이는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환율이 변할 때 생기는 위험을 막을 뾰족한 수단이 없어서다.

"내년에는 수출단가를 최소한 개당 2~3달러정도 올려야 되는데 주수출지역
인 중동과 홍콩의 경기도 좋지 않아 바이어들과 협상이 진전되지 않고 있다"

한해 시계 70만개를 수출하는 로만손(대표 김기문) 관계자의 말이다.

이 회사는 올해초 수출단가를 지난해보다 10%이상 내렸다.

대표적인 모델인 "튤립"의 경우 개당 80~90달러 하던 것을 올해는 70달러
선으로 정했다.

올해초만 해도 1달러당 1천5백~1천6백원 하던터라 값을 내려도 이익은
지난해보다 많이 난다고 본 것이다.

또 바이어들의 신뢰를 얻고 재고도 줄이자는 뜻도 있었다.

하지만 달러값이 예상보다 더 많이 떨어져 지금은 적정 마진이 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필기구업체 모나미(대표 송삼석)도 내년 수출가를 5%가량 올리기로 방침을
굳혔다.

하지만 경쟁국인 중국과 대만 홍콩등의 업체들이 값을 올리지 않고 있어
바이어들과 협상은 벌이지 못하고 있다.

엇갈리는 내년 환율전망은 중소기업의 행마를 더욱 곤란하게 만든다.

내년 수출전략을 짜지 못하는 업체가 많은 것이다.

양식기업체 셰프라인(대표 김명석)은 1주일째 아예 수출협상을 하지 않고
있다.

당분간 달러환율 변동을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이 회사는 달러값이 오른 것을 감안해 올해 수출가격을 7~9%가량 내렸다.

하지만 이달들어 달러환율이 1천2백원 안팎에서 움직이자 신규 수출협상을
중단했다.

한해 수출가를 결정짓는 "시카고 주방용품 박람회"가 한달 앞으로 다가
왔는데도 내년도 견적서를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환율이 현 수준에서 머무르면 수출단가를 7%정도 올려야
수지가 맞는데 그러면 중국업체들의 가격을 못따라간다"고 털어놓았다.

환컨설팅전문업체인 IFT의 김정수 사장은 "내년 3월이나 4월이면 국내에도
원달러통화선물시장 생겨 수출입 중소기업들도 환위험을 막을(헤지할)
수단을 갖게 될 것"이라며 "사내에 환율 전문가를 키워 헤지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김용준 기자 dialec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