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미국 일본의 대학 연구팀들이 축구하는 로봇을 만들어 세상의
관심을 끈 적이 있었지만 미래 로봇이 과연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가질 수
있을까는 아직 가능성으로만 남아있는 게 사실이다.
미국 MIT대학 인공지능연구소는 이와 관련, 흥미있는 연구성과를 과학잡지
"디스커버" 최근호에 발표해 주목을 끌고 있다.
어린아이 정도의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 로봇을 이 연구소가 만들어낸 것이
다.
지금까지는 셈을 하거나 사물을 인식하는 등 초보적인 수준의 지능을 가진
로봇이 주로 개발돼왔지만 이 로봇은 인간의 감성을 처음 모방했다는 점에서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연구소의 신디아 브레질 박사(컴퓨터공학)는 기계도 인간과 같은 사회적
기능을 습득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키스멧(Kismet)"이라는 로봇을
제작했다.
브레질 박사는 이 로봇에 2~3살정도의 아이가 갖고 있을만한 특성을 입력
했다.
대표적인 것으로 부모와 아이간의 감정적 반응교류를 모방, 키스멧이 감정에
따라 즉각적으로 얼굴표정을 나타낼 수 있게 했다.
예컨대 사람을 보면 행복한 표정을 짓고 감정이 불편할 때는 눈꺼풀과 귀가
처진다.
반대로 무언가에 흥미를 느낄 때는 눈꺼풀과 귀, 입 등이 모두 올라간다.
또 천천히 움직이는 장난감을 보여주면 행복한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장난감이 너무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 키스멧은 당황해서 눈을 감아
버린다.
브레질 박사는 "이 로봇이 아직까지는 인간과 감정을 자유롭게 교류할만큼
충분히 사회적 기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이와 같다"고 말한다.
그는 따라서 키스멧이 감정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이것을 인식할 수 있는
기본적 전달기능을 추가로 개발중이다.
브레질 박사는 그러나 키스멧이 지금 갖추고 있는 지능만으로도 완전한
지능로봇의 개발을 한발 앞당기는 데 커다란 공헌을 세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키스멧이 지금까지 만든 지능로봇가운데 가장 인간에 가깝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 8월 선보인 축구하는 로봇은 인간의 지시 없이도 공을 향해 재빨리
움직이거나 급정지하고 슛을 하는 등의 동작을 구사한다.
따라서 이 로봇은 사물의 모양이나 색깔을 구별할 수 있는 기능과 물체를
향해 움직이는 기능 등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는 미리 입력된 논리연산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순수한
지능을 갖췄다고는 보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이 로봇은 인간의 감정을 전혀 나타내지 못한다.
< 정종태 기자 jtch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