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연말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앞다퉈 대출금을 중도상환하는가 하면 만기를 연말께로 맞춘 초단기 CP
(기업어음)를 집중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재무제표가 연말기준으로 작성되는 점을 감안한 재무전략인 셈이다.

두산그룹의 OB맥주는 CP할인을 통해 상업은행에서 5백억원규모의 자금을
빌려 쓰고 있었으나 최근 중도 상환했다.

상업은행 관계자는 "OB맥주의 CP금리가 연 13~14%로 고금리라고 볼수
없지만 해외자산 매각자금으로 일시에 갚았다"고 말했다.

또 한국통신은 국민은행 대출금 1천5백억원을 비롯 농협 1천억원 조흥은행
1천억원의 대출금을 최근에 줄줄이 갚았다.

(주)SK도 주요 거래은행에서 빌려쓴 4백억원 내지 5백억원 안팎의 자금을
중도상환하고 있다.

또 동부한농화학은 최근 2백억원규모의 CP를 중도 상환하겠다는 입장을
거래은행에 통보한 상태다.

은행 관계자들은 "우량 회사들은 요즘 은행대출 갚기에 여념이 없다고
보면 된다"며 "저리로 회사채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이 대부분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이와함께 요즘 만기를 연말에 맞추기 위해 보름짜리 CP를 잇따라
발행하고 있다.

LG전자는 31일자로 만기인 CP 5백억원어치를 7.62%의 금리로 14일 시장에
내놓았다.

LG전자는 지난주에도 연말 만기인 CP 6백억원어치를 발행했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또 한국가스공사도 연말 만기인 CP 2백억원어치를 연 7.5%~7.6%의 금리로
이날 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 관계자는 "5대 그룹 계열사 3~4군데는 만기 돌아오는 CP 1천억원
어치를 연말 만기로 해줄 수 없느냐는 제안을 해오고 있다"며 "그렇게해서
CP잔고를 끈 후 내년초 다시 CP를 발행하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은행들은 만기가 짧은 CP의 경우 자산운용상 불일치가 생긴다며
꺼리고 있지만 거래관계 때문에 응하지 않을 수도 없는 입장이라고 털어놨다.

일부 은행에선 대출금을 중도상환하는 것에 대해 페널티(벌금)를 매기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