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조건"을 쓴 프랑스의 앙드레 말로(1901~1976)는 1959년 문화부장관
이 되자마자 대대적인 문화예술 진흥책을 폈다.

"대중은 학교와 마찬가지로 박물관을 이용할 권리가 있다"며 루브르의
창고를 정리, 잠자던 우수작을 골라 지방미술관에 보내고 각지에 음악학교와
문화원을 세웠다.

64년엔 "프랑스의 기념비 및 예술적 재원 총람"을 간행했다.

"예술은 운명을 자유롭게 한다"는 게 말로의 생각이었다.

우리 정부는 최근 문화산업 육성이 당면과제로 등장함에 따라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음반과 방송프로그램 비디오물 제작 등의 문화산업을 벤처기업에 포함시켜
세제 및 금융지원을 해주는 한편 기업이 문화상품권과 도서상품권을 구입하는
경우 손비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IMF이후 기업의 협찬금이 이전의 10분의1도 안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문화예술계에 도서 및 문화상품권의 손비 인정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난 3월부터 어제까지 팔린 문화상품권은 1백80만장.

연말까진 2백만장가량 판매되리라 한다.

가맹점은 1만1천곳으로 음반 비디오 매장과 극장 공연장 등에서 통용되고
전국서점 6천곳 가운데 절반정도가 받는다.

개인보다는 기업체나 관공서의 단체구입이 많아 전체의 3분의2정도다.

도서상품권은 91년 이후 6천2백만장이 판매됐으며 올해에만 1천5백만장이
팔렸다.

두가지 모두 5천원권 기준으로 올해 예상 매출 총액은 8백50억원 정도다.

문화산업은 문자 그대로 문화를 바탕으로 한 산업인 만큼 하루 아침에
발전될 수 없다.

문화산업 성장의 기틀은 문화소비 증대다.

문화예술의 전반적 수준향상과 그에 따른 문화소비자 확대에 대한 배려없이
산업적 측면의 지원만으로 문화산업의 도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빗장이 없어지는 시대에 문화감각이란 국민 모두가 연마해야만 하는 것이다.

문화란 획득형질이 계승되는 것인 까닭이다.

문화예술인이 힘들고 국민은 극장에 갈 엄두도 못내는 상태에서 좋은 문화
상품이 나올 수는 없다.

문화산업 발전은 국민의 문화향수권 증대에서부터 비롯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