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매질은 어린이의 공격성과 반사회적 행동을 증가시키는가.

이에 대한 상반된 연구결과가 최근 한 학회지에 나란히 실려 흥미를 끈다.

한 연구는 4~11세인 1천여 어린이의 부모에게 면담 1주일전에 몇번이나
매질을 했는지 물었다.

또 어린이를 칭찬하거나 꾸짖은 횟수, TV를 보거나 집안 잡일을 도와주거나
잠자는 시간, 약한 아이를 괴롭히거나 학대하는 성향에 대해 물었다.

5년후 부모들에게 자녀들의 반항적 기질, 선생님과의 마찰, 문제아와의
교제, 급우학대 등에 대해 다시 질문했다.

통계처리를 통한 연구결과 부모의 칭찬하고 야단치는 습관, 가족내 질서,
가정의 사회적 수준, 아동의 성별, 부모의 나이, 아동의 행동성향 등의
요인을 무시한다면 매질 자체가 아이의 반사회적 행동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이 났다.

다만 결손가정에서 자란 8~11세의 백인 남자아이들은 매질을 많이 당했을
수록 교내싸움이 증가하는 등 폭력적 반사회적 양상이 증가했다.

연구자들은 가정의 문화적 가치와 성향에 따라 어린이는 매질을 정당한
권위의 표현으로 간주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즉 부모가 권위가 없고 신체적 처벌을 가하기 전에 감정적인 교화나 설득,
골방에서 반성하기(타임 아웃) 등을 실시하지 않을 경우 어린이들은 매질을
폭력으로 간주하고 자라서 폭력적인 양상을 띠게 된다는 것이다.

또 매질로 인해 반드시 학교폭력이 증가한다고 보는 것도 무리라고 결론
지었다.

그 이유는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스트레스가 많으며 권위가 없는 결손가정
에서 자란다는 것만으로도 매질과 싸움이 쉽게 생기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연구에서 매질은 반사회적 행동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백명 이상의 6~9세 어린이의 어머니에게 1주간의 매질횟수를 묻고 2년 뒤
다시 면담해 여러가지를 물었다.

그 결과 체벌을 많이 받은 어린이일수록 약자학대 거짓말 속이기 고의적
파괴 선생님과의 마찰 등 반사회적 행동을 하는 경향이 컸다.

아이 집안의 사회적 수준이나 아동의 행동성향 등의 요인에 상관없이 매를
많이 맞을수록 나쁜 행동을 했다.

연구자들이 관찰한 바에 따라도 부모가 애정이 많고 책을 읽어주거나
박물관에 가는 등 지적자극을 많이 주는 경우에도 매질이 심하면 반사회적
행동을 유발했다.

< 서울중앙병원(하버드의대 협력의료기관) 국제교류지원실 제공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