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만들기가 급한 것 아닙니까. 우리는 오히려 줄이고 있어요. 한계기업
이 아닌데도 정리하라니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는지..."

청와대 정.재계간담회를 며칠 앞둔 이달 초.

모그룹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정부가 5대그룹을 때리면 국민들이 모두
좋아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노동계는 대량실업 사태를 우려해 5대그룹 구조조정에 대해
거세게 반대하고 나섰다.

정리대상 업체들의 생산과 영업은 ''올 스톱''됐다.

''12.7 5대그룹 구조조정''의 첫번째 문제를 기업을 은행구조조정과 똑같이
보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점이다.

제조업은 은행과 달리 ''정리 방침''만 발표돼도 국내외 영업에 차질이
생긴다.

외자유치 협상도 즉시 중단된다.

총론(산업정책에 대한 마스터플랜)도 없이 각론(대기업 구조조정)만 이뤄
졌다는 점도 큰 문제다.

구조조정의 핵심은 사양산업을 없애고 그 인력을 첨단 미래산업 등 신산업
으로 이동시키는 것.

그런데 이번 구조조정에선 없애는 것만 있고 육성할 신산업에 대한 비전은
전혀 없다.

''축소지향'' 일변도다.

이대로라면 기업들은 앞으로 수년간 새 회사를 세울 꿈도 못꾼다.

성장잠재력을 완전히 잃어버릴 위기에 몰렸음을 의미한다.

"경기가 바닥을 쳤다지만 U자나 V자 상승을 기대하는 기업인은 없다. L자로
이어지면 외환위기 이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2류 국가로 전락하는
것이다"(전경련 관계자)

권영설 < 산업1부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