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정공이 원자력 발전소 등에서 발생하는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방사능 오염도가 비교적 낮은 폐기물)의 양을 25분의 1로 줄여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유리화 기술"을 개발한다.

박정인 현대정공 사장은 15일 기자회견을 갖고 "유리화 기술을 개발해
핵폐기물 처리사업에 진출키로 하고 한국전력 프랑스 SGN사등과 공동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이 기술의 개발에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유리화 기술은 방사선 구역에서 사용한 장갑 옷 등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유리와 혼합한 뒤 유도전류로 1천3백C까지 가열, 방사성 핵종을
유리 분자 구조내부에 고정시킴으로써 안정된 유리고체 상태로 만드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방사성 핵종은 직경 2.6cm, 높이 6.5cm의 안정된 유리분자 고체속에
고정되고 유리고체는 다시 직경 60~80cm, 높이 1백~1백20cm의 용기에
넣어져 저장소에 보관토록 돼있다.

현대는 유리화기술이 내방사성 내화학성 내침출성이 우수한데다 유리 고체가
물리 화학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유지, 방사능 누출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기술이 개발되면 방사능 폐기물처리의 새 장을 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정공과 한전, 프랑스 SGN 등은 이미 유리화 기술의 연구소 시험을
거쳤으며 고주파 저온유도 용융로 방식을 채용한 이 시스템에 대해서는
특허출원도 해놓았다.

이들 3사는 1단계로 내년 6월까지 8백만달러를 들여 대덕 연구단지에
파일럿 플랜트를 건설, 2000년초까지 기술개발을 완료키로 했다.

또 2004년까지 고리 원자력발전소 등 3~4곳에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상용플랜트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국내 원전의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저장능력은 총10만드럼이지만
이미 5만드럼을 소진, 오는 2010년께 포화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 기술이 개발되면 국내 13개 원전은 물론 세계 약60기의 원전의
방사성폐기물처리에 원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원전의 방사선 구역에서 사용한 장갑 의류 수지
등 비교적 방사능 오염도가 낮은 폐기물이다.

형태가 다양해서 미국 독일 등에서도 처리기술을 개발하는 초기단계에
들어가 있을 뿐이다.

고준위 폐기물은 원전 연료를 재처리할 때 발생되는 방사능 오염도가
높은 폐기물이다.

처리과정에서 핵무기원료인 플루토늄과 우라늄이 생성돼 국내에서는 처리할
수 없다.

< 채자영 기자 jycha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