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폐회일 다음날인 오는 19일부터 임시국회를 열기로 여.야간에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여.야대치로 본회의를 열지도 못하고 있으면서
1백일간의 정기국회 폐회 다음날부터 임시국회를 연다는 것이 무슨 논리
인지... 어쨌든 국회에 제출돼있는 규제개혁관련법안을 비롯한 각종 민생
법안처리는 이번 정기국회 회기중에는 이루어지지 못할게 확실해졌다.

어쩌면 이들 민생법안처리는 임시국회에서도 어려울지 모른다. 야당이 임시
국회를 열려는 데는 사정과 관련된 의원들의 사법처리를 막으려는 의도가
깔려있는데다, 정치적 쟁점을 둘러싼 여.야대치국면이 타협을 기대하기 어려
울 정도로 팽팽하기 때문이다. 본회의에 법안상정하는 것 자체를 막겠다는
한나라당의 확고한 방침이 임시국회에서는 바뀌리라고 기대하기도 어려운
국면이고, 임시국회 회기가 한달로 연장되더라도 경제청문회문제 등이 겹쳐
민생법안처리는 이래저래 뒷전으로 밀려날 공산이 크다.

국회가 우리를 실망시키고 우울하게 만든 것이 비단 이번 뿐은 아니지만
정말 해도 너무 한다는 느낌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법안들의 중요성을 뜯어보면 더욱 그렇다. 현재 국회본회의 또는 각 상임위에
계류중인 법안은 규제개혁관련법 등 정부가 제출한 3백69개 법안을 포함,
모두 5백70여개에 달한다. 이중에는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 등과 관련, 국제
통화기금(IMF)과 개정키로 합의한 은행법 증권거래법 성업공사법 등도 포함돼
있다.

규제개혁관련법안만도 10개 특별법형식으로 정비하려는 1백71개법안 등
모두 3백31개나 된다. 8백10만명이 혜택을 보게될 운전면허적성검사폐지
(도로교통법) 1가구2차량 중과세폐지(지방세법) 식품위생법상 시설기준완화,
토지거래신고제와 유휴지제 폐지, 건축법상 용도변경 허가제의 신고제전환
등 민생관련 갖가지 내용들이 담겨있다. 어떤 이유로든 이들 법안처리가
늦어질 경우 이미 발표된 규제완화방침은 차질을 면치못하게 되고, 이는 결국
생활인들의 부담증가로 귀결되게 마련이다.

IMF 등과 개정키로 합의한 구조조정관련법안처리도 시급하다. 세계은행
(IBRD)은 우리 정부가 약속대로 주주집단소송제 지주회사설립허용 등 제도를
고쳐야 구조조정차관 10억달러를 제공하겠다는 얘기다. 액면가이하 증자를
허용하려는 증권거래법, 은행부실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성업공사법 개정안은 금융기관 및 기업구조조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다. 그 처리가 늦어지면 대외적인 공신력에 문제가 야기되거나 구조조
정에 차질이 올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거듭말하지만 국회는 다른 무엇보다 경제및 민생관련 법안을 우선적으로
다뤄야한다. 1백일간의 정기국회에서 이들 법안을 처리하지 못한 것도 문제
지만, 임시국회가 열리더라도 민생문제는 뒷전일 전망이기 때문에 이래저래
걱정스럽기만 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