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을 방문 중인 김대중 대통령은 한.베트남간 경제 통상분야의 실질협력
확대외에도 베트남과 전 분야에 걸쳐 포괄적인 관계발전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곳곳에서 강하게 드러냈다.

김 대통령이 우리의 월남전 참전 사실에 대해 "한때 불행했던 과거"라고
언급한데 이어 16일 베트남 국민의 국부로 추앙받는 호치민 묘소를 참배하는
것도 이같은 의지의 일환이다.

김 대통령은 15일 쩐 득 르엉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불행을 겪었던 시기가 있었다"고 언급했고 이어 16일 저녁 르엉 주석 내외가
주최하는 공식 만찬에서도 "두나라 사이에는 불행한 과거도 있었다"는 점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통령이 과거사를 재확인한 것은 베트남측의 요청에 의해서가 아니라
베트남과의 관계개선을 희망하는 김 대통령의 자발적인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정부관계자는 설명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는 냉전시대의 불행을 인정하고 탈냉전시대의 양국간
우호관계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 대통령의 호치민 묘소참배도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있는 일이다.

김영삼 전대통령도 지난 96년 11월 베트남을 방문했지만 외교관계자들의
건의에도 불구하고 묘소를 참배하지 않았다.

반미전쟁을 지휘했던 전쟁혁명가라는 호치민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염려했다
는 후문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베트남인들은 호치민 묘소참배와 헌화를 자국에
대한 최대한의 예우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김 대통령의 이러한 결심은
베트남 국민의 정서를 감안한 것으로 베트남과의 관계개선 의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하노이=김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