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 주요채권단이 15일 재무구조개선 방안을 확정함에 따라 기업구조
조정은 이제 이행단계로 접어든다.

5대그룹은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소한 내년 1년간 숨가쁘게 움직일 수
밖에 없게 됐다.

<> 재무구조개선약정의 의미 =주채권은행과 5대그룹간에 16일 체결되는
약정은 여러 면에서 의미가 있다.

약정은 우선 지난 7일 정.재계및 금융계 간담회에서 채택한 합의문에 이은
두번째로 선단식경영을 끝장낸다는데 내용을 공식화한 문건이다.

약정이 제대로 이행된다면 그룹총수의 위상은 약정에 서명하는 것을 시작
으로 서서히 약화될 전망이다.

또 모든 기업이 독립해 느슨하게 결합하는 "독립기업연합체" 구상도 현실화
할 것으로 보인다.

약정에 따라 업종간 채무보증은 이달말까지 해소해야 하고 자금지원 인사
교류 등 각종 연결고리도 끊어야 하기 때문이다.

주채권은행의 힘도 강화된다.

5대그룹에 대해선 "꿀먹은 벙어리"나 다름없던 은행이 큰 소리를 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5대그룹은 신규투자 등 각종 사업에 대해 주채권은행과 사전에
협의해야 하고 해외현지법인을 포함한 모든 계열회사의 장부와 사업장 등을
조사할 때 협조해야 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금융의 산업지배"라고 지적하고 있다.

<> 약정사후관리 =이번 재무약정은 철저한 사후관리방안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정부주도로 나온 구조조정계획과 차이가 있다.

5대그룹은 우선 분기 다음달 15일까지 이행실적 추진상황 불이행사유 등을
주채권은행에 보고해야 한다.

약정사항을 지키지 않는 기업에 대해선 일정기간을 두고 두 차례에 걸쳐
이행을 촉구하게 된다.

다음단계의 약정내용의 일부나 전부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또 약정을
맺을 때 낸 자료가 가짜로 드러날 경우 등에는 미리 정한 제재조치를 받게
된다.

제재조치에는 채권단이 독자적으로 회생가능성을 판단해 기업개선작업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것도 포함된다.

<> 제대로 될까 =이같은 강력한 사후관리방안이 마련됐음에도 5대그룹이
약정사항을 지킬지는 미지수다.

5대그룹이 상반기에 체결한 약정을 지키지 않고 넘어간 전례가 있기 때문
이다.

역대정부에서 숱한 구조조정방안이 공표됐지만 제대로 이행된 적이 없다는
점도 이런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는 요인이다.

더욱이 대우전자 삼성자동차 등 빅딜(사업교환)기업들에서 나타나고 있는
노사분규는 약정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덩치가 비교적 작은 55개퇴출기업의 노사갈등이 선정 5개월여가 지난 지금
까지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각종 기업환경의 변화로 약정내용을 수정하거나 이행할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금융기관에 기업구조조정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금융기관들은 지난 9월말로 구조조정을 일단락지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이기 때문이다.

그룹측이 총수의 바쁜 일정 등을 내세우는 바람에 "약정 조인식 행사"가
무산된 것은 은행이 여전히 5대그룹과 나란히 설 수 없는 미약한 존재임을
보여준 것이다.

[ 대출금 출자전환 기업선정 ]

<>.선정기준
- 계열의 핵심사업중 국제경쟁력을 갖춘 기업
- 부채비율 과다 등 재무구조가 건실하지 못한 기업
- 사업성이 충분하여 외자유치가 가능한 기업

<>.선정절차
- 계열별 핵심기업(주력업종)대상 1~2개 업체 선정
- 계열과 협의후 계열 주채권은행이 선정
. 신청업체중 자문회계법인 및 외부자문그룹의 자문 활용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