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베트남 방문 이틀째인 16일 호치민 전국가주석 묘소 참배,
레 카퓨 베트남공산당 서기장 예방, ASEAN(동남아 국가연합)과 한.중.일
정상회의(9+3) 참석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냈다.

부인 이희호 여사는 각국 정상 부인들과 함께 하노이 시내 아동교육원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봤다.

<>.김 대통령은 이날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베트남 인민의 국부로
추앙받는 혁명가 호치민 전국가주석의 묘소를 참배, 헌화했다.

헌화한 뒤 소감을 묻는 질문에 김 대통령은 "방문국 국민들의 존경하는 분
묘소니까 방문국의 요청에 따라 방문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 열린 양국 정상회담에서 과거사를 극복하면서 미래지향적으로
나가는 데 합의해 과거사가 정리됐다"며 "이번 방문이 한국과 베트남 양국이
전면적인 협력의 방향으로 나가는 큰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화환에는 베트남어로 "호치민 주석께 바칩니다. 대한민국 대통령
김대중"이라고 쓴 띠가 둘러져 있었다.

<>.김 대통령은 이어 공산당사를 방문, 베트남 최고실력자 레 카 퓨
서기장을 만나 한국 정당과 베트남공산당 및 양국의회간 교류 확대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김 대통령은 "한국은 북한의 경제발전을 도와주고 싶으며 한반도에 전쟁이
있어선 안된다"고 강조하고 베트남공산당이 북한과 우호관계를 맺고 있는
점을 들어 북한의 개방.개혁을 위한 베트남의 협조를 요청했다.

퓨 서기장은 이에대해 "베트남도 민족분단의 비극을 겪었기 때문에 전쟁의
위험성을 근절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며 "베트남은
북한과 전통적인 관계를 갖고 있어 베트남의 개방경험을 북한사람들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고 박지원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한.베트남간 과거사 문제와 관련, 김 대통령은 "베트남이 과거를 극복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나가려는 것은 퓨서기장과 베트남 국민의 결단"이라고 평가
했다.

퓨 서기장은 "베트남은 양국간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 위해 앞을 내다보고
뒤를 돌아보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이어 오후에는 하노이 시내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9+3회의와
아세안.한국 정상회의(9+1)에 잇따라 참석, 동아시아지역 경제협력을 위한
구상을 밝히고 정상들과 친분을 다졌다.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이들 회의에서 김 대통령은 특히 한국의 경제구조조정
현황과 대북 포용정책을 상세히 설명했다.

한국의 경제위기 극복에 큰 관심을 보여온 아세안 각국 정상들은 김 대통령
의 연설을 들은 뒤 "한국의 금융, 기업, 노동, 공공부문 개혁은 큰 참고가
됐다"고 평가했다고 임동원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전했다.

김 대통령은 회의에서 아시아지역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선 위기당사국의
금융 및 기업부문에 대한 신속한 개혁추진이 급선무라고 지적하고 "구조조정
을 빠른 시일내 완결하는 것이 경쟁력을 높이는 첩경"이라고 역설했다.

또 모든 국가들이 교역과 자본이동이 자유롭도록 개방적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9+3회의에서 일본은 2백억달러 규모의 미야자와 플랜과 아세안경제회복을
위한 6천억엔 규모의 추가지원 계획 등을,중국은 위앤화 가치 유지와 내수
진작책 등을 중점 제기했다.

<>.이어 9+1회의에서 김 대통령은 한국 경제가 어렵지만 한.아세안 특별협력
기금으로 내년에도 예년과 같은 수준인 2백만달러를 계속 제공하고, 동남아
열대지역의 산림생태계 복원 연구사업을 추진하는 등 대아세안 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아세안측은 한.아세안간 관계발전에 만족을 나타내면서 한국이 아세안자유
무역지대에 참여하고 아세안의 열대과일 수입을 허용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 대통령은 저녁에는 베트남주석궁 대연회실에서 트란 둑 루옹 주석
내외가 주최한 만찬에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참석, 베트남을 "가능성과
기회의 나라"로 지칭하며 한국과 베트남이 "동지의 나라"가 되기를 기대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만찬사에서 특히 21세기를 앞둔 양국간 협력과 관련
<>상호보완적인 경제구조의 최대한 활용 <>문화교류의 증진 <>북한의 개혁.
개방 유도를 위한베트남의 협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국제기구
에서의 협력 강화 등 4가지를 제안했다.

김 대통령은 특히 "한국에는 지금 "홍강의 기적"을 꿈꾸는 베트남 젊은이들
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데 "한국의 기적"을 일군 한국의 경험과 기반기술이
베트남의 발전에 동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만찬사 서두에서 "나는 이번 방문을 통해 베트남의 밝은 미래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지난 86년이래 추진돼온 "도이모이(쇄신)정책"의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 하노이=김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