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12월 우리가 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지 벌써
1년이 넘었다.
비록 아직도 갈 길이 멀기는 하지만 다행히 우리는 최악의 위기를 넘겼고
이제 적어도 숨쉴 정도의 여유는 갖고 있다.
경영학자의 관점에서 볼 때 IMF시대가 우리 기업에 주는 큰 메시지는
튼튼한 재무구조에 바탕을 두고 철저한 고객만족에 초점을 맞추는 정도경영
을 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격변의 시대에 특히 마케팅의 비중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작아지는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옛날의 고객을 유지하고
새로운 고객을 끌여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들어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는 마케팅분야에 대한 컨설팅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그런데 마케팅분야에서 도움을 받고자 하는 회사들은 통상 커다란 딜레마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즉 컨설팅회사들은 대체로 불황기일수록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투자하라고
권한다.
그러나 고객회사들은 IMF체제가 시작된 이후 엄청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을 뿐 아니라 짧은 시간내에 이익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에 있어 이러한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는 방법중 하나가 바로 광고비를
비롯한 마케팅예산을 깎는 것이다.
하지만 사정이 아무리 어렵다고 하더라도 마케팅을 해야할 필요성이 있을
때는 반드시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이 값이 싼 경쟁제품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 회사는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의 고객을 지키는 것이 빼앗긴 고객을 되찾는 것보다 훨씬 쉽기 때문
이다.
또한 불황기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쟁사를 제치고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아래의 보기들을 보자.
-주식회사 옥시의 습기제거제 "물먹는 하마"는 이 회사의 25개 상표중 가장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불황이 오기전 시장점유율은 81%였다.
IMF체제가 시작되면서 옥시는 전체 광고예산을 3분의 1가량 줄였지만
시장에서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물먹는 하마 같은 상표에 대해서는 지원을
줄이지 않았다.
반면에 경쟁사들은 광고를 중단하다시피 했으며 그결과 물먹는 하마의
점유율은 94%로 늘어났다.
이른바 상표자산(Brand Equity)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사례라고 하겠다.
-95년부터 1천2백가구로 이뤄진 소비자패널을 유지하고 있는 LG화학의
생활용품사업부는 마케팅조사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97년말에 가입가구수를
2천5백으로 늘린바 있다.
50개의 상표를 관리하고 있는 이 사업부는 소비자패널을 통해 소비자들이
왜 상표를 바꾸는지 파악하고 그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렇게 전문적으로 상표를 관리한 덕분에 시장규모가 10%나 줄어든 샴푸
시장에서 이 회사의 더블리치는 점유율이 10%에서 12%로 늘어났다고 한다.
이와같이 어려운 때일수록 기업은 마케팅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고객위주
의 마케팅활동을 한층 더 과학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고객은 늘 받은 것 만큼 돌려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