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공습배경에는 명분과 저의가 공존한다.

이라크의 유엔 무기사찰 거부가 명분이고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탄핵모면이 이번 공습의 또다른 의도로 파악되고 있다.

이때문에 미국여론과 국제사회의 반응도 찬반으로 엇갈려 있다.

<>공격 배경=클린턴 대통령과 미국행정부는 이라크가 유엔의 합의사항을
무시하고 무기사찰을 거부했기 때문에 군사공격을 취했다고 밝히고 있다.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은 "무기사찰을 거부하다가 공격이 임박하면 입장을
후퇴하는 후세인 정권의 술수에 놀아날 수 없다"면서 공격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국제사회의 약속을 어기는 후세인 정권을 응징해야 할 대의명분에 따른
행동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날 공격이 탄핵정국에서 탈피하기 위한 클린턴대통령의 정치적
술수라는 비난이 강하게 일고 있다.

유엔사찰단이 바그다드를 떠난 직후 곧바로 공습이 단행된데다
유엔안보리의 논의도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하원의 탄핵안 표결 전야에 황급히 이뤄진 공격결정은 궁지에서 벗어나려는
클린턴의 "불순한 의도"에서 비롯됐음을 보여준다고 한 정치분석가는
꼬집었다.

공화당의 트렌트 로트 상원 원내총무는 공격결정의 타이밍에 의구심을
표시하면서 불순한 정치적 동기가 깔려 있다고 비난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조차 이번 공격의도가 개운치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백악관의 "공작"이라는 지적이다.

국제사회에서도 영국과 일본 호주등 몇몇 나라만이 미국의 공격을
지지하고 있을 뿐이다.

러시아 중국 프랑스등은 미국의 섣부른 행위에 유감을 표시했다.

유엔조차 미국편에 서지 않았다.

<>공습의 영향=세계정치와 경제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

과거 여러차례의 이라크공격이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일과성 공격으로
끝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공격기간이 다소 길어질 수는 있지만 일방적인 공격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미국정치 무대에는 적잖은 영향을 줄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치전문가들은 이번 공격이 클린턴에게 득실 양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분석한다.

우선 클린턴은 이번 공격으로 시간을 벌었다.

하원이 내주초까지 탄핵안 표결을 연기함으로써 대책을 강구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그때까지 탄핵반대쪽으로 의회 분위기를 돌려놓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반면에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위험도 있다.

이번 공습이 "정치놀음"의 결과라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클린턴에게서
등을 돌릴 의원들이 많아질수 있다.

전문가들은 1-2일 지나보면 사태의 흐름이 명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는 달리 이번 공습이 탄핵정국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전쟁과 탄핵은 별개사안"이라는 이유에서다.

< 이라크사태 일지 >

<>90년 8월2일:이라크군 쿠웨이트 침공
8월6일:유엔, 이라크에 무역제재 조치
<>91년 1월17일:다국적군 바그다드 공습
2월28일:다국적군 승리로 걸프전 종전
<>93년 1월 :이라크가 미사일 제거로 바그다드 폭격
6월 :이라크의 부시 암살시도로 다시 폭격
<>97년 10월 7일:유엔 무기사찰단,이 라크의 사찰거부 유엔 보고
10월23일:안보리, 이라크 경제제재 결의 채택
10월29일:사담 후세인, 유엔 사찰단원에 퇴출명령
11월14일:미 항모 워싱턴호, 걸프해역으로 출동
<>98년 2월22일:유엔 사무총장 후세인과 회담
8월5일: 이라크, 무기사찰단에 협력거부
10월31일:미국 영국, 군사공격 경고
11월14일:이라크, 유엔에 무기사찰 재개의사 전달
11월15일:미국 이라크에 공격 명령취소
12월16일:이라크 무기사찰 거부로 무기사찰단 철수
12월17일:미국, 이라크 군사공격 개시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