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 오늘은 중국공산당 제 11기 3차 중앙위 전체회의에서 덩샤오핑
(등소평)의 역사적인 연설로 중국이 개혁개방으로 돌아선 날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20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그동안 중국의 경제적인 성장과 발전은 눈부시다. 지난 20년간 연평균 경제
성장률이 9.8%라는 경이적인 수준을 기록했다는 사실이 그 단적인 예다.

구체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이 1조5백53억달러로 세계 7위, 무역규모가
3천2백50억달러로 세계 7위, 외환보유고가 1천6백70억달러로 일본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엄청난 인구때문에 1인당 국민소득이 아직 8백
달러선에 머물고 있지만 문화혁명으로 정치적인 혼란에 지치고 가난에 찌든
20년전과 비교해보면 엄청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중국정부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2000년까지 연평균 8%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해 1인당 국민소득을 1천달러로 끌어 올린다는 계획을 강력하게 추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국내외에 산적한 난제들을 무리
없이 해결해야 한다. 국내적으로는 주룽지(주용기) 총리도 거듭 강조했듯이
당면과제인 국유기업 정부조직 및 금융부문 등 3개부문의 개혁에 몰두하고
있다.

이밖에 사상 기록적인 양쯔강 홍수피해를 수습하는 일도 급하고 갈수록
커지는 지역 및 계층간 빈부격차 해소, 고질적인 부정부패 척결 등도 어려운
과제다. 장쩌민(강택민) 국가주석 겸 당총서기가 최근 지적한대로 실업증가
및 정치적인 민주화 요구로 인한 소요사태 발생가능성 등 잠재적인 불안요인
도 적지 않다.

지난해 아시아 통화위기가 발생한뒤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가 크게
줄었고 수출증가세도 주춤해지는 등 해외환경도 크게 악화됐다. 특히
동아시아 각국 통화가 큰 폭으로 평가절하됐기 때문에 중국 위안화도
올해내내 평가절하 압력에 시달렸지만 중국정부는 평가절하 대신 적극적인
내수경기 부양책으로 난관돌파를 모색해 아시아 각국으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달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에서 곤경에 처한
아시아경제의 회복을 돕기 위해 50억달러의 자금지원을 제의한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중국이 정치.군사적으로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명실상부한
아시아의 강국으로서 위상에 걸맞은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진다.

끝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중국이 사회주의 4대원칙을 고수하면서도
"흑묘백묘론"으로 대표되는 유연한 자세로 "제2의 대장정"인 개혁.개방을
추진한 결과 오늘날 완전히 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는 사실이다. 이점은
같은 사회주의권이지만 체제개편 실패로 경제가 파탄지경에 빠진 러시아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북한도 이점을 주목하고 하루빨리 개혁.개방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