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평화만이 위기에 처한 국가경제를 살릴수 있다"

IMF체제로 경제가 위축되면서 고통분담으로 경제회생에 앞장설 것을 다짐
하는 노사가 늘고 있다.

위기를 계기로 노사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노사화합이 깨질 때 단위기업은 물론 국가 전체가 침몰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새정부 역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새로운 노사관계의 정립이 필요
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지난 2월 출범과 동시에 5대 국정지표의 하나로
"신노사문화창출"을 천명했다.

노동관련법을 정비하고 노사정위원회를 출범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유례없는 감원으로 이어진 구조조정의 고통속
에서도 극렬한 노사대립없이 한국경제가 위기의 탈출구를 찾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연말들어 산업현장에는 올들어 다소 뜸했던 노사화합 결의대회가
줄을 잇고 무파업 선언기업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노사대표들이 대거 참여,올연말부터 내년초까지 이어질 금강산 노사합동
연수는 이러한 협력분위기에 더욱 불을 지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노사관계는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의 2차 구조조정이 남아있는데다 대량실업문제도 쉽게 풀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 노사화합결의대회 확산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과 은행권의 구조조정
한파가 한풀 꺾인 이후 새로운 노사관계창출을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올들어 주춤했던 노사화합결의대회가 지난 11월들어 대기업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11월 한달 사이에만 태광산업 고려제강 제일제당 등 60여개업체 노사들이
참여와 협력을 통한 신노사문화정착에 앞장서 IMF의 파고를 넘겠다고 다짐
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이달들어서도 계속돼 17일 현재 LG전자 쌍용양회 등 모두
1백20개업체가 노사화합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 가운데 12개 업체는 99년을 무파업.무분규의 해로 선언, 사업장에서의
대립적 노사관계를 청산할 것을 약속했다.

특히 올연말까지 총 2백개가 넘는 업체가 노사화합 결의대회에 참여할
예정으로 있어 협력적 분위기는 계속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노사화합 결의대회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IMF체제하에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협력적 노사관계가 전제돼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때문
으로 풀이된다.

한국통신진흥 노사는 지난달 30일 서울 본사 및 지방 5개 사업장에서
노사화합을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상호존중, 신뢰, 협력을 노사화합의 3대
기본정신으로 모범적인 노사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키자"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태광산업 부산공장 노사도 지난달 21일 노사화합대회를 개최하고 <>회사는
고용안정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근로자와 노동조합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정진하기로 결의했다.

또 99년을 무분규.무파업의 해로 선언했다.

특히 최근 확산되고 있는 노사화합대회의 특징은 개별사업장의 차원을
넘어 지역별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일 목포지역을 시작으로 벌어지고 있는 지역별 노사화합결의대회에는
강릉 춘천 인천 등 전국적으로 급속히 퍼져 나가고 있다.

인천지역 노사대표 7백여명은 지난 16일 최기선 인천시장 등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한국산업안전공단 대강당에서 생산적 노사관계기반 구축을
위한 "98 노사한마당대회"를 열었다.

이 행사에서 노사는 "우리는 하나"라는 결의문에서 "21세기 세계일류
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참여와 협력의 노사관계가 정착되어야 한다"며
"과거 노사관행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의식과 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
하자"고 결의했다.

오는 22일 부산에서는 지역내 2백50개업체 노사대표및 관계자 6백여명이
참석, 노사협력을 다짐할 계획이다.

내년초에는 전국의 노사화합열기를 모아 서울에서 대규모 노사화합결의대회
가 열릴 예정이다.

<> 내년 노사관계 전망 =내년 노사관계는 상당히 불투명하다는 것이 노사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우선 5대 그룹의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감원이 예고돼 있다.

노동계와 재계는 구조조정대상 기업의 종업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직장을
떠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조조정 대상기업들은 대규모 제조업사업장이 대부분이다.

빅딜과정에서 대량실업이 발생,고용조정을 둘러싼 대형 노사분규가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그러나 안정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우선 협력적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데다 정리해고가 법과 관행으로
정착되기 시작, 큰 마찰은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더욱이 경기가 회복세에 들어서면서 구조조정과정에서 다소 경색됐던
분위기도 누그러들 전망이다.

창원의 한 노조간부는 "감원이 이뤄지는 상황속에서 노사관계의 악화는
불가피하지만 이 기회에 노사가 서로 합심해 생산성향상에 나설 가능성도
많기 때문에 오히려 노사관계가 좋아질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특별취재팀 : 사회1부 윤기설(팀장) 김광현 김태완 기자 ]

[[ 98 노사화합 수상자 ]]

<> 대상 - LG전자(대기업)
- 원진(중소기업)

<> 우수상 - 대기업부문 : 한국통신진흥 한독약품 한국공항
- 중소기업부문 : 제일곡산 큰길식품 서해건설

<> 공로상 - 박종선(담배인삼공사 노조 본사지부장)
- 박도식(범일운수 노조위원장)
- 홍규선(동양화학 인천공장장)
- 전종순(동성화학 대표)
- 윤재선(노동부 노사협의과 근로감독관)
- 기재인(광주지방노동청 근로감독관)
- 윤성천(광운대 교수)
- 윤기설(한국경제신문 사회1부차장)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