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자홍 부회장 - 나찬경 노조위원장 ]

우리정부가 IMF구제금융을 신청한지 불과 한달이 안된 지난해 12월26일
LG전자 노사대표는 98년도 임금및 단체협상을 위해 테이블을 마주하고
앉았다.

이자리에서 노사양측은 임금동결과 복리후생축소를 내용으로하는 협약안에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노경대표들은 이 위기를 극복한 다음 성과도 함께 나누자고
다짐했다.

LG전자는 지난80년대말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은 이후 협력적 노사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모범사업장이다.

그러나 지난해 IMF가 터진 이후에는 더욱 견고한 노사관계를 자랑하고
있다.

노조는 올들어 1인 1제품 연결판매하기운동을 펼치는 한편 경영위기
극복및 경비절감을 위해 공휴일과 하계휴가등 개인유급휴가를 무급휴가로
대체했다.

점심시간을 줄이거나 퇴근시간을 연장해 하루 20분씩 일 더하기 운동도
펼쳤다.

이러한 노조의 노력은 회사경영진뿐만 아니라 사원부인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사원부인들로 구성된 가시버시회는 앞장서서 제품연결판매활동을 벌였다.

창원공장 노조간부들은 제품을 직접 만드는 현장직원들과 전국을 순회하며
제품실연회도 가졌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LG전자내에서는 노사분규란 발붙일 틈조차 없었다.

LG전자도 민주화바람이 산업현장을 휩쓸던 80년대말에는 노사분규로
골머리를 앓았다.

지난 87,89년에는 노사분규로 무려 6천억원에 달하는 매출손실을
경험하기도 했다.

이때 회사는 노사분규의 원인분석에 나섰다.

조사결과 경영진의 노사문제에 대한 인식부족, 시대에 뒤떨어진 제도와
관행, 현장관리자의 권위의식등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단계적이면서도 총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후 LG전자는 현장중심의 노경관계 정착을 위해 많은 힘을 쏟아부었다.

현장 직원인 계장, 반장에게 차등상여, 특별승급등의 인사권을 비롯한
각종 권한을 대폭적으로 넘겨주었다.

또 계장 반장들이 경영진에게 소신있게 직언할 수 있도록 열린 조직문화도
구축했다.

경영진에서는 임금및 복리후생수준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연말에는
객관적 기준에 근거해 경영실적에 상응하는 성과상여금을 지급했다.

노동조합도 노조위원장이 사원들을 대상으로 품질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주제로 특강을 실시했다.

자사제품 판매및 무상서비스활동을 독려했다.

노경워크숍을 열어 회사와 공동의 목표아래 서로의 역할을 다하자는
진지한 논의도 수차례 가졌다.

이같은 노력으로 LG전자 노경은 지난 94년 산업평화의 탑 금탑을 수상하는
등 새로운 노사관계의 벤치마킹대상이 되고있다.

나찬경 노조위원장은 "노와 경이 한마음으로 똘똘 뭉칠때 난국을 타개할수
있다"며 "노동조합도 위기극복의 한 주체로서 생산성향상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구자홍 부회장도 "사원들이 고통분담차원에서 자발적으로 복리후생축소와
임금동결을 선언했지만 결코 반납이나 일방적 희생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노와 경이 함께 한다면 반드시 더 큰 몫으로 돌아올 것이다"이라고 밝혔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