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을 따면 가장 좋아하실 분이신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니..."

방콕아시안게임 레슬링 자유형 76kg급에서 17일 금메달을 따낸 문의제(24)는
경기직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쪽지를 건네받고 믿기지않는다는 듯 망연
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문의제는 환호하는 관중들을 뒤로하고 멍하니 라커룸으로 들어간뒤 타월을
뒤집어쓴 채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버지 문영환씨(55)가 숨진 것은 문의제가 태릉선수촌에서 막바지훈련에
열중하던 지난 1일.

평소 술을 좋아하던 아버지가 갑자기 쓰려진뒤 충남대병원에서 사망하자
가족들은 회의를 거친끝에 "의제가 아시안게임을 끝낼 때까지 이 사실을
알리지 말자"고 입을 모았다.

레슬링협회 충남도지부 관계자들은 이 사실을 천신일 레슬링협회 회장에게
통보했으며 천회장은 문의제가 결승전을 치를때까지 16일동안 일체 발설하지
말도록 지시했다.

문의제가 우승한 뒤 부친사망 소식을 듣고 대전집으로 확인 전화를 했을
때도 가족들은 경기가 끝나지 않은줄 알고 시치미를 뗄 정도.

시상대에 오른 문의제는 "평소 힘든 농사일을 하면서도 운동만 열심히 하라
고 격려해주던 아버지의 얼굴이 떠오른다"며 또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문의제는 18일 새벽 대한레슬링협회가 마련해준 비행기편으로 고향인 대전
으로 돌아간다.

가슴에는 처음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따낸 금메달을 안고서.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