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일간의 회기로 열렸던 올 정기국회는 산적한 규제개혁 및 민생 법안을
처리하지 못한 채 18일로 막을 내렸다.

여야는 정기국회를 부실하게 운영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위해 19일부터
20일간 회기로 임시국회를 열지만 순탄하게 진행될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특히 정치인 사정과 "세풍.총풍"사건, 제2건국위 등을 둘러싼 끝없는 여야
공방으로 법정 개회일을 한달여 넘겨 정상화된 정기국회는 겨우 1백28건의
법안만을 처리하는데 그쳤다.

결국 5백10건의 법안처리를 임시국회로 넘겼지만 여야관계가 호전될
기미도 없는데다 기간도 짧아 임시국회도 정기국회의 재판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임시국회에서도 주요 법안들의 처리가 지연될 경우 새해 국정운영에 상당한
차질이 빚게되고 국민생활에 적지 않은 혼선이 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와의 약속을 이행하지 못해 대외신인도
추락이 예상되고 기업구조조정, 외자유치 등 경제활성화에도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뿐만아니라 장.차관을 비롯한 대부분의 고위 공무원들이 내년도 업무계획의
수립이나 집행에 전념하지 못하고 임시국회에 매달려야하는 상황이 이어지게
됐다.

정기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주요 법안은 기업이나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뒷받침하거나 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특히 금융기관의 여신한도 관리제도를 국제적 기준에 맞게 정비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도 처리되지 못했다.

또 성업공사가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을 터
주도록 하는 성업공사법 개정안도 계류됐다.

기업이나 은행들의 구조조정 추진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게 됐다.

"공공차관 도입 동의안" "국내은행의 대외채무에 대한 국가보증 동의안" 등
외자도입에 관련된 동의안 4건도 임시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막대한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환경노동위에 제출돼 있는 전교조 관련법안도 해를 넘길 경우 지난 2월
노사정위원회가 올해안에 통과시키기로 한 약속이 국회에 의해 제동이
걸리는 좋지 못한 선례를 남기게 된다.

한강수계상수원 수질개선법안도 통과돼야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 준농림지역
토지 이용 규제완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보건복지위에 올라 있는 약사법 개정안의 처리도 지연될 경우 내년 7월부터
실시키로 한 의약분업이 사실상 힘들게 된다.

< 한은구 기자 to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