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에 USPGA선수권을 5번이나 제패한 월터 헤이건(미국)은 "기브"가
후하기로 유명했다.

당시 선수권은 매치플레이였는데 헤이건은 웬만하면 기브를 주었다.

그러나 헤이건의 기브는 "이기기위한 기브"였다.

경기초반엔 1m안팎 거리를 모두 기브를 주다가도 경기종반의 결정적 순간엔
"언제 그랬냐"는듯 모르는척 한다.

라운드내내 한번도 그런 거리의 퍼팅을 해보지 않던 상대는 식은 땀을
흘리게 마련.

헤이건은 싱긋이 미소지며 상대의 미스퍼팅을 바라본다.

<>스트로크플레이에선 규칙상 기브가 없지만 실제 주말라운드에서는 언제나
기브가 오간다.

그런데 헤이건의 전략은 주말골프에서 더욱 그 미묘함을 발휘한다.

동반자중 한명이 누군가로 부터 기브를 받았다.

그런데 비슷한 거리인데도 자신에게는 아무도 기브를 주지 않는다.

거기서 속이 끓지 않는 골퍼는 없는 법.

그 골퍼는 퍼팅을 하지만 볼은 홀을 돌아 나온다.

거기까지는 그래도 실수의 영역이다.

그 경우 "나도 기브겠지"하며 한손으로 대충 칠때가 있다.

그러나 스코어는 스코어.

볼은 분명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동반자들은 물론 캐디조차 1타를 더해
계산한다.

정성들여 치면 들어갈 확률이 무척이나 높지만 "가상의 기브"로 인해
쓸데없이 한타를 까먹는 것.

어떤 상황이든 그 이후 라운드는 전체 흐름이 망가진다.

<>결국 골퍼들은 기브 거리를 언제나 이겨내야 한다.

"기브 장난"의 희생양이 되는 것 처럼 바보는 없다.

"기브는 없다"는 개념하에 항상 "뗑그렁까지 친다"고 생각하고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

누군가 기브를 "주었다, 말았다"하더라도 당신이 그걸 극복하면 상대가 먼저
무너진다.

"기브의 세계"를 이해하는자만이 골프를 이겨낼수 있다.

< 김흥구 전문기자 hkgolf@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