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욕고 진출지즉불고
연하쇄기요즉고의

산 모습을 높게 그리고자 할 때 몽땅 그려내면 높아지지 않는다.
안개 아지랑이로 그 허리를 둘러 치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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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곽희가 임천고치 산수훈에서 한 말이다.

그는 이어 "강물이 멀리까지 흐르는 것처럼 그리고자 할 때 몽땅 그려내면
멀어지지 않는다.

그림자를 드리워 물줄기를 잘라 놓으면 멀리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산욕원,
진출지칙불원,엄영단기파칙원의)"라고 말하고 있다.

산수화의 한가지 기법을 풀이하는 말이지만 이를 공리화하면 그 적용범위가
아주 넓어진다.

무엇이건 있는대로 다 드러내면 뒷맛이 없어진다.

인품을 논할 때도 겸양을 높게 치며 향기를 말할 때도 그윽함을 귀히
여긴다.

종소리는 여운이 길어야 한다.

< 이병한 서울대 명예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