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국가의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다.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미국의 이번 이라크 폭격에서는 이같은 전쟁의 기본 논리를 발견하기
어렵다.

국가적 이해라기보다는 "탄핵"을 모면하려는 정권 차원의 전쟁이라는 의혹을
떨칠 수가 없다.

미국에서 조차 이번 사안을 "클린턴 전쟁"으로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미국판 "총풍사건"이라는 인식이다.

적어도 국가적인 이해가 걸린 사안에선 "대동단결"하는 의회가 빌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탄핵논의와 표결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번 전쟁에서만큼은 "미국"과 "대통령"의 이해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제 테러리스트"나 "악의 세력"을 응징하자는 것은 좋지만 시기가 부적절
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시각이다.

클린턴이 전쟁을 일으킨 것은 "정치적인" 사안이고 클린턴에 대한 탄핵을
논의하는 것이 오히려 "국가적인"일이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는 게 하원의
결론이다.

비록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주도하는 쪽이 야당이긴 하지만 전쟁을 치르는
와중에서도 정권과 국가의 이익을 엄격하게 가르려는 정치선진국의 제모습을
보여준다.

시시비비는 표와 여론에 의해 판별하자는 자세다.

대통령선거 와중에 적과 내통해 휴전선에서 총격사건을 일으키라고 했다는
"사건"이 여전히 오리무중인 이 나라와는 근본이 다르다.

국가적인 문제와 정치적인 흥정거리를 구분못한 채 영일없이 이전투구하는
한국의 국회는 확실히 삼류라는 것을 미국의회가 보여준다.

한우덕 < 국제부 기자 woody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