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의 노사관계는 연초부터 급속도로 추진될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문제의 악화 등 불안요인이 많아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
이다. 지난 17일 경총이 내놓은 새해 노사관계 전망도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
한다. 새해들어 5대그룹을 중심으로 기업간 인수합병.사업교환 등 구조조정
작업이 본격화 되면 봄쯤에는 대량실업으로 이어져 노사관계의 악화뿐만
아니라 심각한 사회불안이 야기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점점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내년 우리경제의 최대 이슈는 노사문제가 될 공산이 크다. 물론 올해
도 노사관계가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정리해고와 근로조건 저하에 대한
노조의 반발로 전년대비 분규건수가 56%나 증가했고 일부 대규모 사업장에서
불법 장기 노사분규가 발생,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했었다. 그러나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고통분담과 욕구의 자제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분위기에
힘입어 그런대로 큰 충돌없이 한해를 마감할 수 있게 됐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내년이 문제다. 대기업의 2차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근로자들의
고용보장투쟁이 극렬해지고 인수합병으로 사업장내에 복수노조가 출현함으로
써 교섭체계에 큰 혼란이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은 교원노조 결성권 보장문제와 실업자 노조 가입문제 등이 내년에도
계속 골칫거리가 될 전망이다.

벌써부터 노동계는 국회가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사항을 처리하지 못한데
반발해 노사정위 탈퇴를 포함, 전면적인 대정부 투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선언, 정부와 기업을 긴장시키고 있다. 여기에다 성급한 경기회복 전망과
IMF졸업 분위기에 편승한 근로자들의 보상심리까지 가세한다면 내년의 노사
관계는 더욱 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올해 노사화합상 수상 기업들의 노사협력
사례에서 보듯이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 노사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해낼 수도 있다. 다행히 연말들어 산업현장에는 올들어 다소 뜸했던
노사화합 결의대회가 줄을 잇고 무파업선언 기업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정리해고가 어느정도 법과 관행으로 정착되기 시작한 것도 구조조정의 연착륙
에 적잖이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볼 때 내년 노사관계는 노사정 모두가 하기나름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기업과 근로자들은 산업평화 없이는 우리 기업과 경제가 살아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고 참여와 협력의 새로운 노사문화 정착을 위해 가일층
자발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는 법과 원칙의 준수라는 기본전제하에
공정한 중재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며 신노사문화창출을 위한 제도정비
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하겠다.

지금 여기에서 노사정 관계마저 대립과 충돌로 치닫는다면 경제회복의 싹을
짓밟는 행위가 될 뿐더러 우리의 고통은 그만큼 더 혹독해질 뿐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