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회원이 사망한 후 남이 그 카드를 불법 사용했을 경우 신용카드
회사는 유족에게 대금결제를 요구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7부(재판장 정연욱부장판사)는 20일 외환신용카드가 회원
오모씨의 사망 후 부정사용된 카드금액에 대해 "상속인들이 대금을 갚으라"며
부인 이모씨 등 유족을 상대로 낸 대금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사망자의 신용카드를 제3자가 점유, 부정 사용하더라도 카드
회사가 사용자를 찾지 못하는 한 대금을 회수할 수 없다는 것으로 회원사망과
관련된 약관보완이 과제로 떠올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는 상속인들이 회원 오씨의 사망사실을 회사측에
통지하거나 카드를 반납함으로써 부정사용을 막을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회원약관에 사망과 관련된 아무런 규정이 없을 뿐더러 회원가족에게
카드의 부정사용을 막을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외환신용카드는 지난 89년 오씨에 카드를 발급하고 거래를 해오다 지난해
초 카드대금 및 연체료 미납금 8백90여만원을 내라는 독촉장을 보낸 뒤에야
오씨의 사망사실을 알게 됐다.

외환신용카드는 조사결과 오씨가 95년 2월 사망했고 그 뒤 3개월간 누군가에
의해 오씨 카드가 부정사용된 것을 밝혀냈다.

특히 홍콩 등 외국에서 현금서비스를 받은 사실도 밝혀냈다.

그러나 누가 썼는지는 알아내지 못하자 카드사는 오씨 가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현재 신용카드 회원규약에는 "카드를 분실하거나 도난당했을 경우 15일
이내에 신고해야한다"는 조항만 있을 뿐 회원사망에 관련해서는 아무 규정이
없다.

< 손성태 기자 mrhan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