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미국 하원의 이번 탄핵안 가결은 미국과 국제사회
에 큰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우선 국제적으론 세계 최강국의 대통령이 본격적인 "레임덕" 현상에 빠지게
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미 하원이 이라크에 대한 공격이 진행되고 있는 "전시상황"속에 탄핵안
표결을 강행한 것 자체가 레임덕 현상의 징조다.

실제로 공화당은 "이번 탄핵안 가결은 하원이 클린턴을 더이상 국가원수로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클린턴이 "절름발이 오리" 신세가 됐음을
공공연히 선언하고 있다.

국제질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대통령이 이처럼 레임덕 현상에 빠지는
것은 곧 국제사회에서의 "리더십" 부재로 이어진다.

특히 최근의 국제사회는 세계적인 경기불황을 비롯 이라크 사태, 팔레스타인
문제 등 불안정한 요인이 산적한 상태다.

그 어느때보다 강력한 리더십이 아쉬운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클린턴의 레임덕 현상은 국제사회의 불안정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탄핵안 처리를 둘러싼 민주.공화 양당의 대립은 또 미국 사회에
"베트남전 이후 최악의 국론분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탄핵공방이 단순히 클린턴의 성추문에서 벗어나 "공화 대 민주" "보수
대 진보"라는 양자대결 구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수세에 몰려 있는 민주당측에서는 "보수세력의 음모로부터 민주당
행정부를 수호하자"며 진보세력의 단결을 촉구할 태세다.

실제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 토론과정에서 공화당의 탄핵 강행을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려는 음모로 규정하기도 했다.

심지어 미국내 일각에서는 이번 섹스스캔들 자체가 보수세력의 사주에 의해
벌어진 것으로 보는 극단적 "음모론"마저 횡행하고 있다.

이와함께 이번 탄핵안 가결은 향후 미국의 정치 판도에도 재편성을 몰고
오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여론 조사에서는 매번 클린턴의 사임을 반대하는 여론이 높았음에도 정작
의회에선 탄핵안이 가결되는 "정치구조의 모순"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미국이 갖고 있는 대의 민주주의 체제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이번 탄핵정국은 단순히 클린턴의 사임여부를 떠나 앞으로
미국과 국제사회에 길고도 깊은 변화를 초래할 전망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서 미국내에서의 보수 대 진보세력간 갈등의 골은 당분간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