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언제쯤 유전자(DNA.데옥시리보핵산) 이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암, 혈우병 등 무려 4천여가지이상의 질환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까"

이 문제를 풀어낼 희망적인 연구결과가 최근 나왔다.

바로 흙속에 사는 선충(C. Elegans)유전자의 염기(Base)서열이 다세포동물로
는 처음으로 미국과 영국의 연구진에 의해 밝혀진 것이다.

이번에 해독된 선충유전자 염기서열은 앞으로 인간유전자를 규명하는 디딤돌
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경, 소화기, 성기 등을 갖춘 선충유전자 염기서열중 40%는 인간과 겹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이 부분의 기능을 확인하면 곧바로 인간유전자 기능 규명에 응용할
수 있게된다.

즉 선충과 인간이 함께 가지고 있는 유전자를 연구하면 염기서열이 잘못돼
발생하는 질병을 어떻게 고쳐야하는지를 알아낼 수 있게된다.

선충 유전자 염기서열 해독에 성공한 것이 달착륙에 비견되는 획기적인
업적으로 평가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인간게놈(Genome)프로젝트 =선충은 총 2만개의 유전자내에 9천7백만개의
염기쌍을 가지고 있다.

이를 밝히는데 미국 워싱턴대 유전학과장 로버트 워터스턴 박사팀과 영국
생거연구소의 존 설스턴 박사팀이 공동으로 8년동안 매달려야 했다.

인간은 선충과 달리 8만개의 유전자에 모두 30억개의 DNA 염기쌍을 갖고
있다.

선충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해독한 두 박사팀이 인간의 것을 알아내려면
산술적으로 2백40년이상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처럼 방대한 인간 유전자 염기서열을 해독하기 위해 지난 90년 미국 국립
보건원(NIH) 주도로 세계적인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인간게놈프로젝트와 유전자 분석기술의 발전으로 오는 2001년께 인간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모두 실은 "유전자지도"가 완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생명공학연구소 주도로 서울대 고려대 포항공대 등 10개 연구소
의 연구원 1백20명이 투입돼 염기서열을 규명중이다.

이들은 부족한 연구력을 집중하기 위해 한국인에게 주로 발생하는 위암,
간암, 난소암, 자궁암 등과 관련된 유전자 정보를 파헤치고 있다.

현재 국내 연구원들은 암과 관련된 유전자정보 1만여개, 암세포에서 변화를
나타내는 유전자군 1백20개를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정상적인 유전자와 변형된 유전자를 사용한 동물실험과 세포
실험을 진행중이다.

이 실험이 성공하면 암환자등에 대한 임상시험을 거쳐 위암이나 간암 치료법
을 확립할 수 있게된다.

<> 유전질환치료에 어떻게 응용하나 =2001년 인간 유전자 염기서열이 완전히
해독되더라도 다시 각 부분이 갖는 기능을 알아내는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해독된 선충유전자 염기서열이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갖는 것은 이 과정에
필요한 단서를 제공한다는 점에 있다.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 등 4종으로 구성된 30억개의
인간유전자 염기는 혼자보다는 여러개가 모여 특정한 기능을 발현한다.

이에따라 기능을 나타내는 최소단위의 유전자군을 찾아내고 각 유전자군간의
상호작용을 해석해야만 유전자의 신비가 풀리게된다.

유전자의 신비를 밝혀내면 온갖 종류의 유전질환 정복은 더이상 꿈이
아니다.

질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변이부분을 잘라내고 정상적인 염기서열을
만들어주거나 변이유전자의 활동을 억제하면 근본적인 질병치료가 가능해
진다.

미국은 슈퍼컴퓨터 2대와 수십대의 서버로 이루어진 유전자은행을 구축해
가동하고 있다.

이 유전자은행은 인간은 물론 미생물등의 유전자정보 3백만건을 수록하고
있다.

이 정보는 3백여명에 달하는 바이오인포매틱스(Bioinfomatics)에 의해 해석
되고 있다.

이에반해 국내에서는 생명공학연구소가 단 1대의 서버로 1천7백개의 유전자
정보를 담고 있는 초라한 유전자은행을 만들어 놓고 있을 뿐이다.

유전자정보를 해석할 수 있는 바이오인포매틱스도 5명에 불과하다.

30억개에 달하는 인간유전자 염기서열을 미국 등이 거저준다고 해도 분석할
능력이 없는 것이다.

<> 유전자지도 왜 중요한가 =이대실 생명공학연구소 게놈사업단장은 "유전자
지도는 최첨단산업인 바이오테크 분야의 핵심이다"며 "보물지도인 유전자지도
를 손에 넣는 나라가 21세기를 얻게된다"고 밝혔다.

또 "미국 등이 밝혀진 단순한 염기서열에 대해서도 특허를 인정할 움직임을
보이자 연구협력체제가 무너져 각국이 경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유럽의 경우 유전자정보에 대한 사용료를 받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인간 유전자 염기서열 규명에 박차를 가하지 않을 경우
"21세기는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에서 진행되는 게놈사업에 대한 지원금은 연간 10억원에 불과하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지원금이 3백배나 많은 연간 3천5백억원선이다.

이같은 연구비 격차는 국내 연구진이 1년에 5백만개의 인간 유전자밖에
규명할 수 없는 원인이 되고 있다.

쉽게 말하면 4백만개의 유전자를 가진 대장균(E.Coli) 한개정도만을 해독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인간 유전자를 모두 해석하려면 6백년이상이 걸린다는 얘기다.

이 단장은 "21세기의 보물섬인 바이오테크 산업을 우리는 스스로 포기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지금이라도 정부와 관련기업의 대대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김도경 기자 infof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