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화가 이재복씨는 한국역사의 특징을 "슬픔"으로 본다.

끊임없이 외침을 받으며 고난의 세월을 살아온 한민족의 가슴에는
슬픔이 켜켜이 쌓여 있다는 시각이다.

이같은 외침은 형태만 다를뿐 요즘도 계속되고 있다고 그는 판단한다.

어떤 면에서 보면 경제나 문화에서 외세의 영향은 지금이 어느때
보다도 강력하기 때문이다.

이씨가 작품의 사상적 배경을 무속으로 택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그는 외래미술에 대해 우리미술의 독자성을 확보하기위해 고대벽화나
고분에 나타나있는 무속적 요소를 현대적으로 표현해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씨가 23일부터 31일까지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갤러리 지현(3444-6500)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지난 1년여동안 제작한 근작들을 갖고 여는 8번째 개인전이다.

그는 무당방울이나 부채 키 고서같은 물건을 그림에 자주 도입한다.

이들 물건에 먹을 칠하거나 그대로 조합해 화면위에 붙임으로써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를 조성해 낸다.

그것은 힘겹게 이어져온 이땅의 어둡고 슬픈 역사를 암시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강렬한 환희나 신접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미술평론가 서윤희씨는 "이씨의 작품은 슬픔이나 죽음을 연상시키는 음산한
느낌이 주면서도 관객을 강렬하게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고 평했다.

수원대 조형예술학부 교수.

< 이정환 기자 jh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