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대등한 신분을 가진 몇명의 왕이 함께 모여 회담할 일이 생겼다.

그러나 이를 준비해야 하는 신하들에겐 걱정이 앞섰다.

상석도 말석도 없이 자리를 꾸며야 했기 때문이다.

여러날 고민이 계속됐다.

그러던 중에 어느날 한 신하가 둥근 탁자둘레에 의자를 배열하는 묘안을
찾아냈다.

원탁회의의 가장 큰 특징은 누구의 입장에서 보든 "중심적 위치"가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사고의 틀속에서 "중심"이란 개념을 내던져 버린다는게 쉽지않은
것같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옹화궁에 불교의 세계관을 나타내는 우주모형이
있는데 이의 중심은 수미산으로 돼있다 한다.

불교도 중심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코페르니쿠스는 우주의 중심을 지구로부터 단지(?) 태양으로 옮겨
놓아 유명해졌다.

하지만 실제의 우주는 중심이 없고 계속 팽창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소리는 멀어지면 작아지고 빛은 멀어지면 붉어진다고 한다.

미국의 천문학자 허블은 지구로 부터 거리가 알려진 18개 별의 빛을 측정,
그것들로 부터 오는 빛이 모두 적방편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별을 구성하는 성분이나 분자 등을 고려하면 파르스름하게 보여야 하는데
이상하게 붉은 빛이 났다.

이를 발표하자 이론가들은 별이 도망가고 있다(우주팽창)는 증거라며
야단이었고, 허블은 그같은 해석에 당혹해했다고 전한다.

"중심이 없는 팽창"을 지속하고 있는 우주의 비밀을 푸는데 큰 도움이
되는 초신성하나가 최근 미국서 발견됐다.

초신성은 별이 수명을 다하고 최종단계에서 나타내는 폭발이다.

이번에 포착된 초신성은 이제까지 발견된 것중 가장 늙은(1백억년짜리)
별의 것이라 한다.

우주의 나이는 1백50억년에서 2백억년쯤으로 추정한다.

이는 물질의 나이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상은 짧다.

이 때문에 값이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세상이 변한다지만 돈을 핑계로 자신의 발목을 자를 수 있을까.

한해의 끝에서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