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경제학계의 앙팡테리블(무서운 아이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지난 88년 당시 30대 중반이면서 장래가
촉망되는 8명의 신진 경제학자를 선정했었다.

10년이 지난 올해 송년호에서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들의 근황을 소개하며
"당시의 선정이 상당히 타당했다"고 자평했다.

이들중 로렌스 서머스 미국재무부장관, 제프리 삭스 하버드대교수,
폴 크루그먼 MIT교수는 세계경제학계의 거두로 부상했다.

하지만 이들이 학자로서의 순수 연구활동보다는 정계로 진출하거나
저술활동에 치중하고 있는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지적했다.

<>로렌스 서머스=하버드와 MIT를 졸업한 전형적인 "캠브리지(하버드대학과
MIT가 소재한 도시) 마피아"의 일원이다.

세계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거쳐 미국 재무부 부장관으로 재직하고
있다.

의심의 여지 없이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경제학자이다.

<>제프리 삭스=하버드대학 출신으로 현재 모교에 재직중이다.

90년 폴란드 정부의 정책자문을 맡아 가격통제를 해제하는 "충격요법"으로
명성을 얻었다.

이후 불가리아 등 신흥시장이나 체제전환국들에 대한 경제정책 자문은
그의 몫이 됐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비판자로도 유명하다.

때문에 동료 경제학자들로부터 이단아 취급을 받기도 한다.

<>폴 크루그먼=MIT 교수로 재직중이며 레이건 행정부때 경제자문역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책에 참여하기 보다는 저술활동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다수의 베스트셀러와 포천지 등에 대한 기고로 다른 어느 경제학자보다도
많은 논쟁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시아국가들의 자본통제를 지지해 논쟁을 일으켰다.

<>안드레이 쉴레이퍼=하버드대학 교수로 재직중이며 금융시장에서의
행태에 대한 연구로 명성을 얻었다.

모국인 러시아의 국영기업 민영화 계획 수립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경제학의 주류에서는 벗어나 있는 부패문제와 기업지배 문제에서
주목받는 연구결과들을 내놓았다.

<>그레고리 맨큐=역시 하버드대학 교수로 연구활동보다는 저술가로
유명하다.

그의 첫 저서인 "거시경제학"은 전세계 경제학도들의 필독서가 됐다.

이 책의 성공으로 후속 저서인 "경제학 원론"을 쓸 때는 출판사로부터
거금 1백40만달러를 계약금으로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샌포드 그로스먼=현재 와튼 비즈니스 스쿨 교수로 있으나 연구활동이
아닌 투자전문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금융시장에서 정보가 갖는 역할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그 자신이
금융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재에 있어서는 80년대의 앙팡테리블중 가장 성공한 인물이다.

<>알베르토 알레시나=모국인 이탈리아에서 연구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선거가 경기순환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그가 개척한 분야다.

또 정치학과 경제학을 접목시킨 연구결과 재정긴축이 반드시 경기침체를
야기하는 것이 아니며 정치적으로도 대중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

<>장 티롤=88년에 이미 미시경제학 분야의 선도자였으며 지금도 여전히
뛰어난 연구업적들을 내놓고 있다.

8명의 앙팡테리블중 가장 성실하게 상아탑을 지키고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 덕택에 대중의 인지도는 가장 낮은 편이다.

한편 이코노미스트지는 올해도 90년대의 앙팡테리블을 선정하기 위해 중진
경제학자들의 추천을 받았으나 의견차가 심해 선정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지는 그 이유를 두가지로 분석했다.

첫째는 90년대들어 대형 투자은행들과 컨설팅업체들이 우수한 경제학도들을
학부졸업과 동시에 스카웃해 가는 바람에 상아탑에 남는 인재가 줄었다는
것이다.

또 80년대에는 "합리적 기대가설"이라고 하는 경제학계 공통의 화두가
있었던데 비해 90년대에는 경제학도들의 관심분야가 훨씬 다양해진 점도
그 이유로 꼽았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2일자 ).